"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정치공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으로서는 '역사적 대패'를 한 이후 30일 자민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리 퇴진론을 일축하면서 이렇게 강변했다.
지난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44석을 얻으며 참패하자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총리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났다.
이번에 자민당이 얻은 37석은 여기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자민당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1989년 우노 소스케 전 총리 당시의 36석 보다 한석 많은데 불과하다.
우노 당시 총리도 물론 즉각 퇴진했다.
반면 아베 총리측은 그간 "참의원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니다"라며 의석수와 무관하게 퇴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자민당의 의석 수가 40석 아래로 내려가면 아베 총리도 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아베 총리는 이런 참담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총리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당.정개혁을 통한 정면돌파라는 강수를 두는데는 '포스트 아베', 즉 차기 총리 후보군 가운데 강력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아베 1호로 거론되던 아소 다로 외상은 선거전 중.후반 들어 치매 환자 비하 발언으로 궁지에 몰려 차기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 아베 총리측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발언은 아소 외상이 지난 19일 도야마현의 강연에서 "일본에서 표준미 한 가마가 1만6천엔이지만 중국에서는 7만8천엔에 팔리고 있다. 7만8천엔과 1만6천엔 어느 쪽이 많은지는 치매에 걸린 사람도 알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치매환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아소 외상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고, 그는 즉각 사과해야 했다.
이와 관련, 사사가와 다카시 자민당 당기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치매 발언이 없었다면 이 시점에서 아소 외상이 후임이 될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잠정적으로 아베 총리가 계속 하는 것 이외의 선택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곤 했던 다니가키 사타카즈 전 재무상의 경우도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계가 있다.
그는 총리 진퇴와 관련해 교도통신에 "총리의 진퇴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변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가 당정 쇄신 및 정치자금 관리 강화 방안 마련 등 각종 개혁 정책 추진을 약속했지만 민심을 추스를 만한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내 분위기가 급속도로 바뀌면서 오히려 뒤늦게 '불명예 퇴진'이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미 당내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종류의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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