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박사'와 '가짜 석사' 소동은 학위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한국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직업전선에서 '실력'과 '학위'는 정비례하는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져도 학위가 없으면, 전문직의 꿈을 접어야 하는가? 잘나가는 큐레이터이자 대학교수가 된 신정아 씨와 인기 영어강사로 방송의 영어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지영 씨가 학력위주의 한국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언론보도가 집중한 쪽은 학력위주 사회의 병폐가 아니라 이들의 사기행각이거나 구멍 난 검증시스템이었습니다. 지난 13일 SBS 8시뉴스는 신 씨가 97년 말부터 캔자스주립대 학사, 석사라는 허위 학위를 내세워 국내 유명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와 학예실장 자리까지 차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05년 동국대가 그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부터 미술계에서는 그가 제시한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묵살했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그가 대학교수에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과정에 재계 인사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19일 SBS 뉴스는 8년째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를 진행해 온 유명한 영어강사인 이 씨가 지난 96년 한 유명 어학원의 강사로 취업하면서 영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다고 경력을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포함해 2년간 머물렀지만 학위는 받지 못했었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이들이 자기분야에서 승승장구하게 된 것은 가짜 학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신 씨는 1998년에 열린 금호미술관 개관 9주년 기념 전시회 당시 전시장 영어안내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되었으며, 수석 큐레이터가 퇴사하자 큐레이터로 채용되었다가 2002년 성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금호미술관의 파격적인 인사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한 미술관 측의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큐레이터 직을 무난히 수행함으로써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지영 씨도 비록 경력을 속여 어학원 강사로 들어갔지만, 유창한 영어와 열정적인 강의로 인기강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짜 학위로 취업했다는 사실 하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19일 SBS 뉴스가 "유명강사도 '가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전형적인 과잉보도였습니다. 학력은 속였지만, 가짜 강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뉴스는 이들이 학력을 속이지 않았으면 문턱도 넘을 수 없었던 전문직 영역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날 뉴스는 또 학력과 무관하게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면서 최근 수필집 반성문을 펴낸 이철환 씨를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이 씨가 학원의 인기강사로 있던 시절 학생모집을 위해 잠시 명문대 졸업생 행세를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는 내용입니다. 뉴스는 "부끄러운 것은 남보다 낮은 학력이 아니라 그것을 실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학력 콤플렉스에 갇혀 사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이 학력위조의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가짜' 소동의 당사자들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정직하게 학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받아야 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뉴스가 보도해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학위라는 장벽이 얼마나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얼마나 큰 사회적 손실인가 하는 점입니다. SBS 뉴스는 비정규직 문제로 심각한 노사갈등이 빚어진 이랜드 사태에 대해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지난 14일 8시뉴스는 노사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들을 그 사례로 들었습니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회사는 이 재원으로 정규직을 늘려 고용을 보장해나가는 방안입니다. 반면에 이랜드 사태는 노 와 사, 매장업주, 시민단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꼬였다고 16일 SBS 뉴스는 보도했습니다. 18일과 19일 뉴스는 회사 측이 1년 뒤 외주용역 폐지와 2년 이상 근무자의 직무급제 정규직화, 그리고 해고자 복직 등을 양보안으로 제시했지만, 노조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노사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한 걸음 물러섰는데, 노조 측이 종래의 주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양보안의 내용입니다. 직무급제 정규직은 일반 정규직과는 달리 말이 정규직이지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름이 없는 제도로서 양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고용보장에 대한 회사 측의 새로운 입장을 뉴스는 추적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고용보장이라는 실질적인 양보를 할 경우 노조도 이에 상응하는 임금인상 자제의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이 뉴스의 중요한 추적대상입니다. 노사가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라고 말하기 전에 무엇이 진정한 양보선인지를 뉴스는 제시해야 합니다. 십리를 진격했다가 오리를 물러나는 것을 양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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