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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대물림, 교육으로 막는다

여러분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믿으시는지요? 특히 이 말은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다들 생각하실 겁니다. 돈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이제는 개천이 아니라 '강남'에서 용이 나오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으니까요.

사교육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육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교육당국에서 가난해도 대학에 진학하고 학비도 지원하는 이른바 '기회균등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회균등할당제에 대한 설명에 앞서 우리 사회 교육격차의 현주소를 일부 통계자료를 인용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초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교육격차'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대학진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월 평균 소득이 6백만원 이상인 가구 10.4%의 자녀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반면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은 0.5%에 그쳐 20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월 평균 소득 100만원대 가구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1%, 200만원대는 2.7%, 300만원대는 4.3%, 400만원대는 6.4%, 500만원대는 8.7%로 부모의 소득과 명문대 진학률이 정비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직업이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관리직,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 전문직일 경우 명문대 진학률도 높았습니다. 이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16.7%로 평균 3.9%보다 4배 이상 높았습니다. 교사, 학자, 사무직 근로자의 자녀들은 4.9%, 농어업, 기능직 근로자, 단순노무직, 무직 등의 자녀들은 1.6%에 그쳤습니다.

어차피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이런 결과는 당연한게 아니냐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계급사회가 아닌 이상, 계층간의 이동을 위한 기회는 균등하게 제공돼야 합니다. 계층의 대물림 또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게 바로 '기회균등할당제'의 핵심입니다.

소외계층 자녀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 부유층 자녀와 동등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잠재력과 소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서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난과 계층이 그대로 대물림 된다면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굳이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건 '가진 자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제)이자 국가의 책임에 속하는 일입니다.

가난해도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균등할당제'는 오는 2009년부터 도입됩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어제 청와대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고등교육 발전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대학 교육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대학이 계층 이동의 실질적 통로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부총리는 밝혔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위한 정원외 특별전형이 현재 3.9%에서 11%로 확대됩니다. 지난해 전체 대입정원 58만명의 3.9%(1만4천명)에 그친 정원외 특별전형이 오는 2009년부터는 11%인 6만4천명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와 한부모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 혜택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입학한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의 경우 입학후 2년간 학점에 관계 없이, 3학년부터는 B학점 이상이면 장학금 전액을 지원받게 됩니다. 차상위계층 이상의 저소득층은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입학 등록금을 면제(입학생의 3%) 받습니다.

기회균등할당제는 시험 성적보다는 잠재능력과 소질있는 가난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시행여부는  전적으로 대학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소외계층 학생들을 많이 뽑지 않으면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농어촌 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제외하면,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들이 선발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은 적게는 20명에 그쳤습니다. 그 중에서 연세대가 150명(사회기여자 및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연세한마음장학 전형)으로 가장 많은 편에 들었습니다. 물론 그동안은 정원외로는 저소득층을 별도로 뽑는 전형이 없었기 때문에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부는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을 위해 관계 법령을 만들고, 지방대학과 연구중심 대학 육성 등을 위해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가난과 교육의 대물림을 막고 계층 이동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당국의 취지에 따라 대학들이 소외계층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선발해 인재로 양성하는 책임있는 지성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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