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게릴라 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붙잡혀있는 클라라 로하스 전 부통령 후보(여.44)가 게릴라 대원과 사이에 낳은 남아의 이름과 성장과정까지 확인되면서 콜롬비아 사회가 깊은 충격에 빠져 있다.
콜롬비아 현대사의 비극을 배경으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은 엠마누엘(3).
그의 존재는 1년 전 콜롬비아 언론인 호르헤 엔리케 보테로가 FARC 지도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내놓은 '전쟁의 최근 소식'이라는 책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반군 캠프에서 8년간 인질생활을 하다 최근 탈출한 경찰관 프랑크 핀차오가 아이의 이름과 함께 성장배경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콜롬비아 사회는 충격에 빠져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엠마누엘을 직접 안아봤다는 핀차오는 엠마누엘이 건강하며 "인디언 소년처럼 자라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인질로 잡혀 있는 두 사람이 엠마누엘을 위해 옷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핀차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져 나오자 콜롬비아 사회는 도대체 좌우대립이 뭐길래 아무 죄없는 생명이 정글에서 태어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자책하는 분위기이다.
콜롬비아인들은 우선 아이가 태어난 과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
FARC가 게릴라와 인질들과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어난 엠마누엘의 생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생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배속받았다는 소문과 함께 처형됐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콜롬비아의 저명한 소설가 엑토르 아바드 파시올린세는 "만약 엠마누엘에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면 콜롬비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만약 엠마누엘이 제때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면 콜롬비아는 지구촌에서 가장 야만적이고, 가장 추하고, 최악의 국가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당장 지난 1990년 피랍 경험이 있는 프란시스코 산토스 부통령에게 엠마누엘 석방을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베 대통령 정부가 FARC의 상응조치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석방하겠다고 밝힌 200여명의 좌익 게릴라 중에 감옥에서 2살짜리 자녀를 키워온 여인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카를로스 올긴 내무장관은 "우연의 일치"라고 밝히고 "이것은 FARC측에 엠마누엘을 우리에게 보내달라는 더 없이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엠마누엘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할머니 클라라 곤살레스(76)는 특별한 감흥에 젖어있다.
곤살레스 할머니는 딸이 아들의 이름을 엠마누엘로 지었을 때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성경에 엠마누엘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뜻이 있다는 것을 딸이 분명히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곤살레스는 "딸은 달라이 라마, 코란, 유대 역사서 등을 읽었을 정도로 매우 학구적이다. 나는 멜로 드라마 같은 것을 믿지는 않으나 아들의 이름을 엠마누엘로 지음으로써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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