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 발표에 대해 정치권이나 학계,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신종 언론통제'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입버릇처럼 '정보공개법'이 있으니까 취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정보공개법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는 정보공개법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은 문민정부 시절인 지난 96년, 세계에서는 13번째로 제정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세계 40위권을 넘나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제정은 상당히 빨리 이뤄진 셈입니다. 아무튼 정보공개법은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거나 취득,관리하는 문서나 도면등 일체 기록물에 대해 국민 누구라도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입니다.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등은 국민의 청구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지장을 줄 경우, 재판이 진행중인 경우 등 8개 항목에 대해서만 예외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수한 법에 아주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정보공개를 방해하거나 제대로 안하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다보니 공무원들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일단 비공개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98년 1,347건이던 비공개 사례가 2005년 11,412건으로 늘었습니다.이럴 경우 국민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행정소송 뿐인데, 문제는 정보공개 소송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실제, 1988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의 판공비 내역 정보공개에 대한 소송은 4년여의 시간을 끌다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대법원에서 공개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대해 특별사면을 건의한 문서를 공개해 달라며 낸 소송은 7년이상이나 걸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 거부와 관련해 2002년에 낸 정보공개 소송은 현재 5년째 법원에 계류중입니다.
결국 공무원들의 악의적이거나 불성실한 답변을 제재할 수 없고, 소송 장기화 등으로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수한 법을 만들어 놓고도 그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최근 이런 비판을 의식해 기자실 통폐합 발표 직후 비공개 정보라도 공익에 부합할 경우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관장의 재량사항으로 남겨둬 그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남겼습니다. '정보공개제도가 있으니 기자실은 없어도 된다'는 국정홍보처의 논리는 이래서 궁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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