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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둘째주 개봉영화-내일의 기억, 용호문

 봄이 살짝 오는 것 같더니 저 멀리 도망가 버리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네요. 저는 땀이 많은 체질이라 여름은 질색입니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때는 물론이고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을때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 고생이 많거든요. 깜빡하고 손수건 챙기는 거 잊고 나온 날은 그야말로 낭패를 겪습니다.

[스파이더맨3]가 전국 1600여개 상영관의 절반이 넘는 800여개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개봉 첫주 250만명을 넘어 3백만명 고지를 가볍게 넘어섰습니다. 이대로가면 5백만명까지는 무난하게 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입니다.  '싹쓸이'라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나오는데 이번 사례는 배급사의 위세보다는 극장이 주도한 측면이 강합니다. 올들어 주말에도 텅빈 객석을 보며 손가락 물어뜯으며 초조해했던 극장 측이 이번 기회에 그동안 입은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메뚜기도 한 철 이라며 마구 돌려댔거든요. 배급사는 극장측이 아우성이라고 하고, 극장 측은 8-90%대의 높은 예매율을 근거로 들이대며 '관객이 원한다'고 설명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멀티플렉스 10개 가운데 6-7개를 돌려대는 건 좀 너무하다 싶습니다.

내일의 기억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 을 통해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와타나베 켄이 원작 소설에 감동받아 직접 제작까지 맡으며 출연한 영화입니다. 영화 홍보차 방한했을때 인터뷰를 했는데 혼자 비행기 티켓 끊어서 왔고, 또 무대인사때 어눌한 한국말로 영화 소개를 직접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회사의 간부사원인 주인공이 어느날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잘 나가던 회사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위기에 처합니다. 어렵사리 외동딸 결혼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두려운 병마와 맞서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본판 '내 머리속의 지우개'같다고나 할까요. 주인공이 청춘남녀가 아니라 중년을 넘긴 부부라는 점이 다릅니다. 뻔한 통속적인 주제로 영화 내내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데 감정이입을 쉽게 만드는 통속성의 장점은 취하면서 감정을 쥐어짜내는 '이래도 안 울래?'식의 협박은 없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남녀배우의 진솔한 연기와 우리와 주변 이야기 같도록 만든 세심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 오른다거나, 어떤 것을 얻는다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친절하고 자상한 영화입니다. 고통속에서도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후반부가 너무 늘어져 조금 줄였더라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용호문

미국의 마블 코믹스같은 홍콩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무협영화입니다. 정통 홍콩 무협액션의 부활을 표방하고 나온 영화인데요. 어릴적 헤어진 형제, 동생은 '용호문'을 지키는 촉망받는 청년이고 형은 암흑가 보스를 위해 일하는데 어쩔 수 없이 적이되어 마주치지만 다시 힘을 합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는 진짜 전형적인 줄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 줄거리에 이끌려서 보나요. 액션 때문에 보죠.

 일단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시킨 세트를 배경으로 한 액션 장면은 호쾌합니다. 이소룡이나 성룡 영화에서 맛보았던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원초적인 쾌감은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전통적인 무협영화의 미덕을 잘 계승하면서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창조적인 업그레이드 시도도 성공적입니다. 6,70년대 홍콩 무협영화에서 시작해 [킬빌]이나 [짝패]같은 영화에 영향을 끼친 몸동작, 구도, 세트, 카메라 워크의 미학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과도하게 잡는 '폼'을 조금 줄이고 이야기와 대사의 완성도가 더 보태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영화입니다.

시네휴 5케스트라

 작은영화, 예술영화들을 수입해다가 광고도 거의 안하고 입소문 마케팅으로 소규모 개봉해 손해 안보고 계속 매출을 늘려나가는 스폰지라는 영화수입. 배급사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련한 일종의 작은 영화제로 블록버스터와 상업영화들 속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모아서 상영합니다. 2006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거장 감독 알랭 레네의 [마음]이 있고,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마이클 윈터바텀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영화입니다.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삭인 [소립자], 선댄스영화제 관객상과 심사위원장 상을 받은 [달콤한 열여섯], 2005년 로카르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퍼펙트 커플]등 모두 5편이 선보이는데 이번달 서울에 이어 6,7월에는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천안을 도는 지방 순회상영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밖에 작지만 알찬 독립영화인 [경의선]과 [상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이성강 감독의 실사영화 [살결], 중견배우 김수미의 코믹연기 원맨쇼 퍼레이드인 [못 말리는 결혼], 체코의 거장 감독인 이리 멘젤의 [가까이서 본 기차]등이 개봉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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