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반대편 미국 버지니아 공대 참극 뉴스에 묻혀버렸지만 지난 18일 중국에서는 그 참상을 형용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중국 동북지방 랴오닝성 톄링시 특수강 공장에서 30여 톤의 뜨거운 쇳물이 담긴 거대한 주물 용기가 추락하면서 펄펄 끓는 쇳물에 노동자 32명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1600도에 가까운 쇳물에 휩쓸려 시신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고 사후 수습 과정에서 당사자를 확인하려는데 DNA 감식 조차 힘들다고 합니다.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기사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중국적 상황에선 현장 접근과 취재란 불가능합니다.
단지 중국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전에 사고가 발생한 뒤 처음에는 화면이라는 게 없었고 밤 늦게야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관리들의 모습만 비춘 화면이 중국 언론와 외신을 통해 송출됐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참극의 속보가 나가는 와중에 데스크에 전화해 상의하자니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짜증만 안겨줄 것 같았고 국내에서도 연합 기사를 봤을 테지만 별다른 연락이나 지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파장이 크게 번지지 않을 단순 사고다', '그리고 화면도 없지 않은가?', '국내에 있을 때 중국 탄광에서 수십명이 한꺼번에 죽는 사고가 많았었는데 제대로 기사를 다루는 경우는 못봤다.'
맞습니다. 사고였습니다. 그것도 중국에서는 빈발하는 안전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파견돼 있는 나 자신도, 국내의 데스크도 기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죽은 뒤에 세상이 그 죽음을 크게 다룬다 한들 영혼에 무슨 위로가 될 것이며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톄링시의 철강 노동자들의 어이없는 죽음을 보면서 '매길 수 없다'는 사람의 값어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대형사고에 대해 쉬쉬하던 중국 당국도 이번엔 이례적으로 신속히 공개하고 사후 수습에 나섰다고 합니다.
중국이 달라지고 있는 또하나의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요.
공사판인 베이징 거리를 걷다보면 건설현장 부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농민공' 무리를 자주 만납니다.
농촌에서 올라와 도시 노동자로 살고 있는 그들의 일당은 우리 돈으로 5000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들 역시 톄링시 사고 같이 늘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고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중국 정부도 힘을 쏟고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중국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어서', '인구가 13억이나 되고 땅이 넓은데 그 정도 일 쯤이야'
이방인이지만 이런 변명이 앞으로는 먹히지 않는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 어이없는 죽음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조의를 표하는, 살아있는 자의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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