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결혼식장의 풍속도입니다. 신랑이 신부에게 이렇게 약속을 합니다.
"첫째, 뱃살을 빼겠다. 둘째, 딴 주머니를 절대 차지 않겠다..."
일종의 공약입니다.
하객들의 반응은 생경하다는 것. 요즘 하도 이상한 - 옛날 분들 보시기에- 결혼식이 많으니까 그런 것 중의 하나겠지 이렇게 생각하시겠죠?.
"다섯째, 매년 첫 눈이 오는 날 꽃다발 바치겠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약속이 나올 때쯤이면 아마 지켜보는 여성분들 부러워할 겁니다.
<결혼할 때도 문서 주고받자>
누구나 결혼할 때는 이 정도 약속은 한다고요? 그러나 화장실 갔다 오면 생각이 달라진다고요? 하지만 이를 문서로 만들어 서명까지 해서 상대방에게 넘겨준다면 사정이 조금은 달라지겠죠. 일종의 계약서가 되니까 이를 위반하면 뒷감당도 해야 할 테니까요.
"뭐 꼭 그렇게까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적지 않겠죠?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조금 씩 조금 씩 싹을 틔워가고 있고 점차 생활운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아예 웨딩 플래너들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이 이런 약속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도록 유도해 건강한 가정이 늘어나도록 하자고 다짐까지 했습니다.
<매니페스토 물결운동 확산>
이렇게 장황하게 서론을 끌어낸 것은 사실 SBS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하나를 자랑 겸 소개할까 해서입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라는 건데요. 중앙 선거관리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참공약 선택하기>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준 운동입니다.
올 대통령 선거를 정책선거로 정착하기위해 SBS는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함께 이 운동의 소개와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니페스토 물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와 결혼약속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라가라고 우선 매니페스토의 의미부터 보죠.
<메니페스토란?>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어원은 라틴어의 손과 치다, 또는 빠르게 움직이다는 뜻의 가 합성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는 서약하는 모습, 선언하는 모습을 연상시키죠. 그래서 <책임 있는 약속, 계약>, <직접 본인의 손으로 계약 문서를 작성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합니다. 정치적 선언의 의미로 매니페스토가 사용된 것은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독일어로 쓰인 manifest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http://www.manifesto.or.kr/)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서...>
그러나 종래에도 공약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을 하고 안 지키면 그만 이었습니다. 그래서 空約이란 비웃음도 나왔고 헛공약이란 말도 나왔고 최근엔 막공약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87년 12월,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태우 후보는 "모든 공약들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중간 평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중간평가를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1년만에 사회불안을 이유로 백지화 시켰습니다.
"이 시기에 중간평가를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특유의 어조로 이렇게 변명을 했습니다. 아니 누구 맘대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을 내린 건가요?
그러나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영삼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당선 1년뒤인 93년 12월 9일,
"그동안 쌀을 지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원해준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렇게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대통령직서 물러났습니까? 물론 아니죠.
또 다음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 약속을 어겼습니다.
대통령들이 이럴 정도니 다른 정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약속어기기를 밥 먹듯이 한 거죠.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서...
< 매니페스토와 종래 공약은 어떻게 다르나?>
매니페스토는 과거 주먹구구식 공약과 달리 후보가 공약을 발표할 때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의 5개 조건을 가능한 수치의 형태로 제시해 사전검증과 사후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후보는 후보를 매니페스토형으로 제시하고, 유권자는 이를 보고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공약을 제대로 지켰는지 문서를 보면서 꼼꼼히 따지고...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정치운동이자 생활운동>
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통령선거와 결혼약속과의 관계에 대한 얘깁니다. 메니페스토는 설명 드렸듯이 처음엔 정치운동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정치운동이 정치운동에 그치면 효과도 없고 지속 가능성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SBS는 공동으로 매니페스토를 사회문화운동으로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정치운동을 생활운동화 하자는 거죠.
이런 정치운동 겸 생활운동을 물결처럼 퍼져나가게 하자 해서 <매니페스토 물결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웨딩 플레너들께서 동참을 하셨고, 여성경제단체 연합, 그리고 장애우 단체들도 동참을 했습니다.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 만들기>
사실 우린 그동안 약속을 너무 쉽게 했고 너무 쉽게 어겼죠. 그래서 우리 사회는 약속이 무너진 사회, 불신의 사회라는 딱지가 붙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저신뢰 사회에서 고신뢰 사회로 바꾼다면 불신에서 오는 비용을 줄이고 전 사회적인 협동 수준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정치인들 몫만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함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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