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산자부장관께는 위기의식이 호들갑인가요?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님.

지난 20일 장관께서 국정브리핑에 올린 '주몽과 중,일 샌드위치'란 기고문을 잘 보았습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 비판하는데 급급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요지였지요.

저는 21일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바드 경영대 석좌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그 화두의 중심을 만든 이건희 삼성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러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위기는 바닥에서부터 감지되는 겁니다. 중심부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말입니다. 만약 중심부에 위기가 감지된다면 그땐 이미 너무 늦습니다. 의기의식을 갖는다는 건 그래서 언제나 좋은 겁니다."

장관 글도 떠오르고 해서 "'위기의식'의 문제점은 없냐"고 다시금 되물었습니다.

순한 양 같은 얼굴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작심한 듯 한 표정으로 바뀌며 '특강'을 시작하더군요. 자신을 세계적 학자로 만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이 한때 일본에 경제패권을 내준 것도, 일본이 한국에 추격을 허용한 것도, 지금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거센 위협을 받는 것도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향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의기의식을 가진 리더야 말로 비전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위기가 온 다음에는 게임 오버란 말입니다."

영원한 제국처럼 보였던 GM이 토요타에게 1등 자리를 내준 것처럼 초우량기업도 방심하면 한방에 갈수 있는 현실을 체계적으로 논증한 그는 위기론을 제기한 삼성전자에 대해  한 고언도 아끼지 않더군요.

"삼성전자의 경우 지금까지 규모의 경제에서는 놀라울 만큼 잘해온 볼륨 메이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전, 다양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전장에서도 잘 싸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런 점에서 21세기 한국경제를 살리는 건 재벌이 아니라 기업가정신 그 자체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좀 긴데 압축해서 인용해 보겠습니다.

"미국이 일본의 추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기업가정신이었습니다. 기존의 다국적기업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신생기업을 벤처캐피털이 뒷받침하면서 미국을 되살린 거지요. 정부와 대학도 여기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는 이런 게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일본이 완전히 되살아 낫다고 보지 않고 있는 겁니다.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류국가로 가려면 정부와 교육기관, 기업이 똘똘 뭉쳐 기업가정신, 모험정신을 살리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쯤 되면 크리스텐슨 교수가 옹호하려는 것이 '재벌의 엄살'쯤은 아니라는 건 아시겠지요.

그는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동영상에 보시듯 35년 전 한국에 선교사로 온 것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오늘의 자신의 만들었다는 그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백성'이라며 눈물까지 글썽이며 칭송하더군요.

그런 백성 중 많은 이들이 지금 엄연히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기업 총수가 뭔가 앞날이 심상치 않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물경제를 주관하는 장관께서 그런 고백을 '호들갑'이라  평하시다니요.

물론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이를 현정권의 '실정' 탓으로 몰아붙이는 데서 오는 역작용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산자부 장관은 크리스텐슨 교수가 얘기하듯 의기의식을 함께 공유하며 민-관-학 합동으로 오히려 이를 지렛대로 한국에 기업가정신을 불러 일으켜야 할 분 아니겠습니까.

IMF 시절이 떠오릅니다. 능력과 식견에서 출중하기에 견줄 바 없던 이석채 당시 경제수석이 후일 이렇게 털어 놓더군요.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실적이 너무 좋았던 게 착시와 방심을 일으키고 말았다."

고조되던 위기론 속에 거시지표를 믿다 일격을 당했던 이수석(장관님의 선배이기도 하지요?)의 그 뼈아픈 후일담을 열린 마음으로 한번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장관께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액면' 그대로 들어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호들갑'으로 넘겨버리기엔 먹고 사는데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PS : 내친김에 두 가지 덧 붙이고 싶습니다.

1. 장관께서는 10년전에 '호두까기(넛크래커)' 보고서에서도 지금의 '샌드위치론'과 비슷한 얘기가 나왔는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말씀하시는 듯 한데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당시 왜 더 호들갑을 안떨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보고서 작성에 부분적으로나마 참여했고 보도도 했던 입장이거든요. 

2. 크리스텐슨 교수는 구글이 미디어 세계를 점령해나가는 걸 예로 들면서 제가 몸담고 있는 방송사 역시 앞으로 5년뒤면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더군요. 지금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나중엔 게임 오버가 될거라면서요. 이른바 미디어 빅뱅의 충격입니다. 밖에서 보면 방송사가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