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 진전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당시를 생각해보면, 불과 반 년만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북한-미국, 서로를 믿기 시작했나?
반세기 넘게 적대관계를 계속해 온 북한과 미국이 최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적대인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6자회담과 북-미 관계가 진전되는 데에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협상 의지를 읽기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넘은 적대관계가 불과 반 년만에 사라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북한과 미국은 서로 협상장에 마주앉아 대화를 계속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저 쪽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을 겁니다. BDA에 묶여있는 금융제재를 모두 풀라거나,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라거나 하는 장외 신경전은 바로 북-미간의 이런 의구심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신뢰'를 넘어선 '행동'
그렇다면, 이렇게 북-미 양측의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양측의 관계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애초부터 양측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는 바탕 위에서 협상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를 믿는 대신, 상대가 하는 행동만큼만 내가 행동을 함으로써, 절차를 진행시켜나간다는 것입니다. 바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지요. 다시 말해, 상대에 대한 '신뢰'보다 상대가 행하는 '행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지금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접촉 뿐 아니라, 6자회담의 메카니즘이 이러한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까?
우리가 6자회담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버릴 수 없는 의구심이 '과연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정말 북한은 핵을 포기할까요?
만약, 이 질문의 답을 지금 말하라고 한다면, 대답은 당연히 부정적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은 모든 것이 가변적인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핵을 포기할 리 없습니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미국이 또 언제 다시 변하게 될 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6자회담의 합의 이행 과정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1년 뒤 또는 그보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북한도 핵폐기를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기가 오게 될 것입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6자회담의 진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이 계속된다면, 북한이 생각하기에도 핵을 포기할 만한 국제정세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보는 것보다 가까이 보는 것이 더 중요
따라서, 지금 시점은 멀리 내다보는 것보다, 눈 앞에 닥쳐 있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 지가 더 중요한 국면입니다. 일단 눈 앞에 있는 합의사항부터 이행하고,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차근차근히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보통 멀리보고 살라고 말을 하지만, 지금의 북핵 폐기 과정은 좀 가까이 보고 살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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