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교총과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교사들의 승진에 관한 새 규정안이 발표된 뒤, 농어촌 학교 지원이 줄어들었다며 교육양극화를 초래하는 개정안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개정안은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관한 것입니다.
교원승진 규정에서 바뀌는 내용이 무엇이며, 왜 교사들이 농어촌 학교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까요? 오늘은 근무평정과 이를 둘러싼 논란의 이면을 살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평생 승진의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경력이 25년이 돼야 교감으로 승진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30년이 걸렸던 예전(‘98년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이 우선시 되는 게 우리 교단의 현실입니다.
근평(근무평가)으로 알려진 교원승진 규정은 교육공무원법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법에 따라 교원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교감, 교장이 결정되는 것이죠. ‘근평’은 지난 63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교원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으며, 그동안 큰 변화 없이 시행됐습니다.
승진을 위한 평가는 다음 4가지 항목으로 이뤄지는데요, 현행 기준은 1)경력(90점), 2)근무성적(80점), 3)연구연수실적(30점), 4) 가산점(18점) 등으로 총점이 218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경력이 90점에서 70점으로 줄고, 근무성적이 100점으로 확대됩니다. 또 가산점은 18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들게 될 예정입니다.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심사에서 근무성적 반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인데요, 이밖에 도서벽지 등에 근무하는 교원들에게 주는 가산점도 일부 조정됩니다.
승진을 위한 평가에서 경력평정은 경력을 점수화하는 겁니다. 승진소요 최저기한은 25년입니다. 교직에서 25년을 근무하면 70점 만점을 받게 됩니다. 교감이 되려면 경력이 25년이 돼야 한다는 말이죠. 기본경력 20년과 초과경력 5년을 평가하며, 재직월수와 평점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경력평정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습니다.
다음은 근무성적 평정인데요, 흔히들 ‘근평’이라고 줄여 부르는 게 바로 이 근무성적 평정입니다. 앞으로는 점수 반영이 100점으로 확대됩니다. 승진을 위한 심사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말 그대로 근무실적과 능력에 대한 평가가 반영됩니다. 교원평가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근무성적 평정이 인사와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교원평가와 근무성적 평가는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물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시행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만 지금 교육부는 두 제도를 모두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근무성적 평정이 100점으로 배점이 높기 때문에 교감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 승진 심사를 받기 직전 2년의 근무성적만을 평가해왔습니다. 25년 가까이 교단에서 근무하더라도 승진심사를 받기 직전 2년간의 근무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교육개혁혁신위에서 이미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고, 논란을 거쳐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현행 2년의 근평 반영기간을 내년부터 1년씩 단계적으로 늘려 10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경력 위주로 승진심사를 하는 교단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근무성적 평가만이라고 제대로 시행해야겠다는 것이죠.
연공서열 중심의 평가에서 배점이 더 많은 ‘근평’이라도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근평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가령 배점을 100점으로 적용해도 교사가 10명인 학교는 2명이 수를 받고 이들은 다시 1등 100점, 2등 95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교사가 100명인 학교는 20명이 수를 받고, 이들은 다시 1등 100점, 2등 99점, 3등 98점으로 점수가 나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학교 교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올해 초 농어촌이나 도서, 벽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사이에서 전근 신청이 늘어났는데, 교육부가 마련한 승진규정 개정안이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상대평가의 문제점 때문에 교사들이 도시의 대규모 학교를 선호하게 됐으며, 도서벽지 근무자에 대한 가산점이 종전 18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들어 전근신청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가뜩이나 교육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근평’이 개악됐다고 교육관련 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근무평정이 전반적으로 경력위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선 과거 일방적인 하향평가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동료 평가가 포함돼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상대평가의 반영에서 분포비율을 수(95점) 30%, 우(90점이상 95점미만) 40%, 미(85점이상 90점미만) 20%, 양(85점 미만) 10%로 조정하기 때문에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와의 차이를 최소화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가산점의 경우에는 선택과 공통으로 나눠 차별화했으며, 시도 교육감이 장려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지역적으로 자율성을 두려고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금 복잡하지요? 그러나 교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 대부분 연수, 연구실적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합니다. 전국규모 연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거나 직무와 관련 있는 분야에서 학위를 받을 경우 좋은 성적을 받게 되는 구조인데요. 승진을 위해서든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이지요. 문제는 아무리 연수,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현행 제도에서는 3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가산점의 경우도 지금은 18점이 만점인데, 월 취득점이 소수점 이하로 총 근무기간을 곱하더라도 총 점수에 제한이 있어 도서벽지에서 오래 근무한다고 곧바로 승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죠.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데, 교직사회는 매우 정체돼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40년 넘게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제도에 손을 대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교단에서도 이런 사회적 여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개정안을 놓고 지적되는 비판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도를 바꿔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려는 게 교육부의 목표라면 조금 더디더라도 평가 대상인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좀 더 많은 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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