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을 뛰쳐나온 지 한달을 넘긴 '통합신당모임'의 표정이 부쩍 밝아졌다.
여론의 냉담한 기류와 거대양당의 견제 속에서 속병을 거듭하던 초기의 비관적 분위기는 상당부분 가신 듯하다. 그 대신 "어렵지만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 정운찬 전 총장과 모임소속 김한길 의원의 회동,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간의 '통합교섭단체' 협상이라는 두가지 변수가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 2월 임시국회가 종료돼 신당추진이라는 대선이슈가 다시 관심을 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손에 잡히는' 성과는 아직껏 없지만 이 같은 변수는 신당모임을 수세국면에서 탈출시키는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열린우리당으로는 통합이 불가하다는 일정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신당모임이 통합논의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는 데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양형일 대변인은 "신당추진의 방향성과 원칙, 공감대를 확인하는 소득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진'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2차 탈당 흐름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강해지고 있다.
신당모임 이강래 통합추진위원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도로 열린당'이 아닌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정당으로서의 동력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한계에 봉착할 것이고 결국은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분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도 "우리당 내부가 많이 흔들리면서 초선의원 일부가 당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 전했다.
지난 9일 오전 신당모임의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 한달의 성과를 평가하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열린우리당 식의 통합은 안되다는 점에 쐐기를 박았다"고 자평하며 대오를 가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전병헌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통합으로는 안되고 신당모임이 제시한 대로 제 3지대에서 '백지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실히 형성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부와의 교섭을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 강봉균 이강래 의원은 "우리에게 확실히 맡기고 신뢰해달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래 의원은 정운찬 전 총장의 대선경선 참여 전망과 관련, "정 전 총장은 과거 조순 전 서울시장의 선거 때 간접경험을 해본 분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며 "나는 그 분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다. 결심이 서면 단단한 대목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신당모임은 내주부터 각자 역할분담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와 CEO(최고경영자) 및 전문가 그룹과의 접촉을 한층 강화하면서 15일 전주에서 토론회를 갖고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과연 신당모임이 통합신당 추진의 중심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물음표를 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당모임이 공언한 과제들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먼저 정운찬 전 총장의 경우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이 불가하다는 원칙적 공감대를 끌어낸 점은 소득이지만 정 전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참여할 지, 또 신당모임과 보조를 맞춰나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정 전총장 이외에는 이렇다 할 명망있는 외부인물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범여권 정계개편의 최대 변수인 민주당과의 통합교섭단체 구성도 신당모임이 구상하는 스케줄대로 성사될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원외인사들의 반발 등 내부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4.3 전대 이후 통합 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하는 쪽으로 스탠스를 잡고 있다. 이달내로 통합교섭단체를 꾸려내겠다는 신당모임의 구상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강래 의원은 "민주당과는 전대를 염두에 두면서 대화할 수밖에 없다"며 "좋은 부분은 전대에 출마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통합신당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민주당이 전대에서 통합신당을 결의하면 분위기가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8명으로 구성된 민생정치모임은 11일 저녁 전남 광양에서 회동을 갖고 진로를 논의한 데 이어 12일에는 광주에서 '민생평화개혁세력의 위기 진단과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첫 전국순회 토론회를 갖는다.
민생정치모임은 이날 회동에서 최근 범여권의 통합논의 상황을 점검하고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이 통합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시점에 합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윤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합신당모임 합류 시점에 대해 "지금은 정책에 치중하고 있지만, 한두달 내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신당모임과 민주당이 함께 할 때 우리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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