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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전기가 끊겨서...

21세기 벽두의 아이러니

지난 23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설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해먹고 잠이 들었다 붙잡힌 30대 도둑..

8살 때 고아원을 탈출해 20년 넘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 결국 절도 전과 11범의 끊기 힘든 그물에 걸려버린 청년인데요,

그나마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던 데다 건강마저 좋지 않아 구속은 면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나흘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절도 혐의..

이번엔 방 안 지갑 안에 있던 현금과 함께 옷과 신발을 훔쳤다는군요.

노트북 컴퓨터나 TV 등 이른바 돈 될 것만한 것들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우리 시대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의 '오늘'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웠다고는 하지만, 8살 때 고아원을 탈출하는 바람에 주민등록조차 안 돼 있고, 한쪽 다리는 뺑소니 사고에, 동상에.. 아주 몹쓸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국가나 시민사회가 온정의 손길을 내민 것도 아닙니다.

서울역 노숙인 생활을 그만둘 수 없던 이유입니다. 

또 어제 아침엔 서울 남가좌동의 한 낡은 집에서 불이 났습니다.

세입자 50살 김 모 씨 등 일용직 노동자 3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는데, 전기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겨 2년째 밤마다 촛불을 켜고 살았다고 합니다. 

온갖 이기가 발달한 21세기에 전기가 끊겨 촛불 생활이라니요..

전기세 18만 원을 내지 못해 결국 이런 변을 당한 건데, 전기요금을 못내더라도 혹한기나 혹서기에 전기를 끊지 않는 정책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정책이 시행되기 바로 몇 달 전인 지난 2005년 봄 전기가 끊긴 건데, 소급 적용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외침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미 출퇴근길 전철 안에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밤 사이 폐쇄하지 않는 지하보도엔 노숙인들 천지입니다.

97년 IMF 이후 급속도로 양극화 되가는 우리 사회.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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