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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소동과 난장판 사이

오후 5시, 기사를 작성하며 스스로 선택한 제목은 '졸업식 소동'이었습니다.

'밀가루 난장판'을 보기 위해 찾은 수원의 한 여고 졸업식장에는 엉망진창 난장판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한편의 소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학년 교실에 들어가니 5백그램 흰 밀가루 한봉지씩을 든 소녀들이 온 얼굴이 하얀 채로, 역시 하얘진 머리칼을 날리며 친구들을 쫓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입을 날이 없을 남색 교복 위에도 흰 밀가루가 눈처럼 내렸습니다.

후배들도 부모들도 모두 이 가벼운 소동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신경 써 골라 입었을, 아마도 전날쯤 세탁소에 맡겼다 찾았을 양복에 온통 밀가루가 묻어버린 아버지는 마치 축제에라도 온 듯 그저 옛날 생각이 난다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다지만, 밖에서 지켜볼 뿐이었던 나만의 눈높이를 강요할 생각으로 찾아 갔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밖에서 앵글에 잡힌 그림만을 보는 것과 교실 안에서 앵글의 대상들과 함께 있어 보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 달랐습니다.

이날의 기사는 서울에서 VJ 류상훈 씨가 제대로 잡은 남자 고등학교의 '난장판 졸업식' 그림과 묶여 나갔지만, 밀가루 졸업식은 귀여운 소동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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