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이 나서 이번 주부터 국제부를 하게 됐습니다.
어제 첫 근무를 하고 둘째 날인 오늘, 아침부터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견으로 진통을 겪던 6자 회담이 급진전을 이루면서 합의문 발표를 눈앞에 두게 된 것입니다.
국제부 전원이 출동을 해서 속보 준비를 했습니다.
이런 외신 속보 생방송에서 빠지면 안 되고, 그만큼 중요한 것이 동시 통역인데요.
국제부 ‘초짜’인 제게 역할이 떨어졌습니다. 제일 중요한 일은 섭외, 그러나 예정에 없던 발표가 오전에 잡히면서,여기저기 연락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 통역사 협회를 통해 방송시간에 아슬아슬하게 통역사와 연결이 됐습니다.
통역사 협회는 크게 두 군데가 있는데, 일종의 agency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가장 광범위한 인력 풀을 형성하고 있어, 대부분 이 곳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섭외하다 보니 이번 6자회담 발표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 영어 동시 통역사 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필요할 지 모르게 된 것이죠.
사실 CNN방송 화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중국어는 필요없을 것이라 판단됐지만, 데스크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걱정했습니다. 중국어로만 발표문을 읽고 있는데, 영어 통역사만 대기하고 있다 멀뚱멀뚱 중국어로만 나간다면 ,사실 ‘방송사고’가 되는 셈이니까요.
결국 고민끝에 양쪽 언어의 통역사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만만치 않은 일이더군요. 비용도 공간도, 고스란히 2배가 되더군요.
먼저 비용. 동시 통역사는 워낙 고급인력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본 6시간에 백만 원, 한 조라 이래저래 하면 3백만 원 가까이 듭니다.
실제 방송되는 단 몇 분을 위해 추가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죠.
공간도 문제더군요.
워낙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두 분이 함께 다니다 보니, 4명의 통역사가 움직이게 됐습니다.
대기 부스가 좁아서,나머지 두 분은 밖에서 기다리는 불편을 겪기도 했죠.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전 11시 반 발표를 준비했는데, 발표시간이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오후 5시 이후로 연기됐습니다.
점심도 김밥 도시락으로 대충 때웠는데 말이죠.
역시 북한이 끼면 예정대로 안 된다는 징크스가 떠오르더군요.
결국 중간에 4시간이 붕 떠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어렵게 오신 통역사 분들을 돌려 보낼 수도 없고, 적당히 다른 곳에 계시다가 오후 5시에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죠.
오후 5시, 중국과 영어 두 언어의 동시통역사가 대기한 채 다시 뉴스가 시작됐습니다.
5시 반부터 발표문 생중계가 시작됐고, 중국의 CC-TV를 통해 화면이 들어왔습니다.
실력있는 통역사를 통해 방송은 깔끔하게 중국어 동시통역으로 나갔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방송사는 동시통역에 준비가 덜 돼, 거의 방송사고 수준으로 부실하게 속보가 나갔다고 하더군요.
영어 동시통역사만 대기를 하고 있다가,생중계를 해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CNN이 생중계를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결국 '곰같이' 영어와 중국어 양쪽을 준비한 덕을 본 셈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타사보다 배의 비용을 들였지만, 결과가 좋으니 뿌듯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뉴스 제공’이라는 모토에 충실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중국어 통역사를 준비시킨 것이 ‘낭비’가 되지 않은 것도 다행이구요.
이번 일은 열 번에 한 번 있는 경우지만, 역시 최선을 다한 노력은 언제가는 보답을 해준다는 것,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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