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필상...표절 시인했다...?

학계에서 보통 "단 한번의 표절은 곧 퇴출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표절은 단 한건도 용납될 수 없다는 상아탑의 결연한 의지다.

지난해 고대 사학과 모 교수가 단 한건의 표절로 해임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필상 총장은

'난 단 한건의 표절도 안 했다'고 집요하게 강하게 주장한다.

그 근거가 '해명서'에 담겨 있는데 이 해명서는

고려대 학생들도 읽는 학내포털에도 공개됐다고 한다.

이필상 총장, 사퇴냐 유임이냐가 세간의 관심사인데

나는 사실 이 해명서를 읽어볼 고려대 학생들이 더 걱정된다.

일단 문제의 구절부터 보자.

"(표절은 아니지만) 이론적 고찰 부분에서 제자의 논문이 충분히 환문(paraphrase)되지 않은 것을 체크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함."

제자의 논문 내용을 인용하면서 환문, 즉 고쳐쓰기를 하지 않았다고 시인하고 있다.

즉 그대로 베껴쓴 부분이 있어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표절은 아니라고 끝까지 우긴다.

출처를 밝혔더라도 고쳐쓰기를 하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베꼈다면 명백한 표절이다. 논문 작성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남의 아이디어와 글도 내가 인용하면서 내 방식으로 풀어쓰면

그게 또 다른 창작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원문을 그대로 소개해야만 할 경우라면,

박스로 처리하거나 따옴표를 달아 통째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표절이다.

이필상 총장이 '유감스럽다'고 밝힌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배경설명을 하자면

똑같은 내용의 두 논문이 발견됐는데,

하나는 이필상 총장 개인이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

다른 하나는 이필상 총장의 제자가 쓴 석사학위 논문이다.

제자의 저작물을 훔쳐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개제해 표절이란 의혹을 받는다.

이 총장은 해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저자표시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함"

저자표시 논란(authorship)은 쉽게 말해

공동연구에서 누구 이름을 저자 명단에 넣고 뺄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다.

이 총장의 해명은 '난 표절한 게 아니다. 공동연구한 학생 이름을 빼먹었은 게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논문 한 편이 '저자표시 논란'을 빚으면 이는 표절이 아니다.

하지만 한 공동연구에서 나온 논문 두편 이상이

'저자표시 논란'을 겪고 있다면 여기선 표절 문제가 포함된다.

특히 논문 두편이 같은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번 건은

미안하지만 "제자 이름을 빼먹었기" 때문에 명백한 표절'이다.

'저자표시 논란'이란 생소한 용어로 '표절'의혹을 피해가려는 얄팍한 술수다.

유감스럽지만 이필상 총장이 해명서에서

'유감스럽다'고 밝힌 부분은

모두 표절을 시인한 것과 같다.

어제는 고려대 한 교수가 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학생에게 '너 이건 표절이야'라고 지적하는데,

학생이 '이필상 총장도 이건 표절이 아니라고 했잖아요'라고 맞서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또 다른 고대 교수는 장기적인 우려를 내놨다.

"이 해명서가 미국에 흘러가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표절에 대해 기본개념도 없는 총장 탓에 고대출신 학생들까지 피해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미국은 표절에 관해선 조금의 관용도 없이 엄격하거든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