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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웃음 뒤의 슬픔 담고 싶다"

600만 돌파 앞둔 '미녀는 괴로워' 연출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뚜껑을 열기 전에는 이 정도까지 관객이 호응할 줄 몰랐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제작 KM컬쳐·리얼라이즈픽쳐스)가 24일 현재 585만 명의 관객을 동원, 역대 흥행 10위에 올라섰고 제작사는 늦어도 27일 오전에는 6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의 흥행 예상을 못했던 건 지난한 제작과정 때문이었다.

제작사가 일본 만화 '미녀는 괴로워'의 판권을 사들인 건 5년도 더 지난 일.

성형수술로 '뚱녀'가 몰라볼 정도의 미녀로 변신했다는 내용의 원작만화는 일본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지만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떠돌던 시나리오는 마침내 김용화 감독의 손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미녀는 괴로워' 흥행의 1등공신인 김용화 감독을 만났다.

그는 데뷔작 '오! 브라더스'를 통해 가슴 찡한 휴먼 코미디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조폭 코미디'가 횡행하던 당시에 장애우를 내세워 형제애를 진하게 보여준 휴먼 코미디 '오! 브라더스'는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응을 얻었다.

'미녀는 괴로워'도 마찬가지다.

만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 중심이었다면 영화는 성형수술을 받게 되기까지 한나의 내면의 고통과 성형수술 이후에도 행복 대신 찾아온 불안함, 죄책감에 초점을 맞췄다.

"만화는 과거의 모습이 예뻐진 현재에도 불쑥불쑥 나오는 데서 웃음이 나오는데,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웃기지만 한편으론 슬픈 이야기, 그런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뚱녀 한나에서 미녀 제니로 탈바꿈한 뒤 너무도 빠르게 원하는 행복을 손에 넣은 듯하지만 아버지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 제니로 살면서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닌,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제니를 포함한 제니의 아버지, 제니의 친구, 제니의 남자까지 아우르는 휴먼 코미디가 됐던 것.

"잘되면 잘될수록 마음이 아린 것, 버려야 할 것만 버리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도 버리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던 거죠."

김 감독은 "가까이서 보면 정말 슬픈데, 멀리서 떨어져 보면 웃기더라"는 찰리 채플린의 잠언을 늘 가슴에 담아둔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은 정말 슬프지만 대중은 슬프면서도 웃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현대사회에서 민감한 성형수술을 소재로 다룬 영화.

그렇기에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결국 성형수술을 하라는 뜻아니냐"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전 거짓말은 못하겠더군요. 이 세계가 변하지 않으니 내 세계관이 변해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인성이 중요한 거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사회가 어디 그렇습니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과 에필로그에서 두 가지 해석을 다 내놓은 거죠. 외모가 중요하다는 시선과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시선, 모두."

이 영화를 통해 김아중이라는 스타가 탄생했고, 주진모 역시 한켠에 자리했던 우려를 씻어냈다.

"배우의 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결국 감독은 배우의 산파 노릇을 제대로 해줘야 하죠. 감독은 배우가 자신 있게 자신의 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계속 '날 믿어달라'고 거짓말을 하는 거죠. 아중 씨는 철저히 한나와 제니가 됐고, 주진모 씨는 시나리오에선 지금보다 작았던 역할에 적확한 인물 표현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더 큰 배역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편의 휴먼 코미디로 성공을 거둔 까닭에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물었다.

"밝은 사람인데 진지하고 어두운 부분이 있고, 어두운 사람에게도 위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거죠. 사실 관객은 영화 만드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상도 못할 정도의 아픔과 상처를 갖고 살아가요. 그러니 코미디 영화를 보면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요. 매순간 기쁨과 슬픔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수위 조절을 잘해야겠죠."

제작 단계에서 영화 지분을 받은 까닭에 돈 번 감독으로 소문났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감독이 영화 성공으로 이만한 대가를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일단 부러움이 앞서는 시선이다.

그러나 그는 돈보다는 흥행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새로운 고민을 떠안은 것 같다.

"제가 감독한 영화가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하니까 이제 '철없는 감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장도 생각해야 하고, 대중의 사랑도 돌려드려야 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실수를 줄여야겠죠."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제 능력에 영화감독하는 게 참 힘에 부친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래서 그는 아직 차기작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단다.

좀 털어내야겠다면서.

"여행도 가고, 책도 많이 읽고, 좀 쉬려구요. 또다시 타협하지 않고 제가 잘할 수 있고, 관객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힘에 부치는 영화감독을 다시 하려면 채워넣어야죠."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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