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려면 집에 가라!"(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이사)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지하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연습실. 호통 소리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2001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YG 연습생으로 있는 G-드래곤(본명 권지용·19)과 태양(본명 동영배·19)이 주 1회 열리는 연습생 평가에서 양 이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남몰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어린 나이였지만 '욱' 하는 뜨거운 게 치밀었다. 오기였다.
"YG는 '무관심 시스템' 속에서 연습생이 자생적인 힘을 기르도록 합니다. 보컬, 안무 등을 따로 가르치지 않아요. 매주 한번 연습생 평가를 통해 발전 과정을 평가하죠. 하나 둘 낙오자가 생겨요. 태양과 함께 (양)현석이 형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사 작곡도 하고, 안무도 짜고. 늘 부족하다는 지적이었죠. 100점 만점에 20점을 넘긴 적이 없어요. 막막했죠."(G-드래곤)
실력보다 10대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결성한 아이돌 그룹이란 편견을 갖기엔 이르다. YG가 배출한 힙합그룹 빅뱅은 대폭발을 위해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에 반한 G-드래곤은 힙합 프로젝트 음반인 '2001 대한민국'에 참여했고 이를 접한 양 이사가 손을 내밀었다. 태양은 지누션의 '에이-요(A-YO)'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힙합에 빠져 YG에 둥지를 틀었다. T.O.P(본명 최승현·20)가 G-드래곤의 소개로 데모 CD를 들고 YG의 문을 두드렸고 집안의 반대가 심했던 대성(본명 강대성·18)과 광주 댄스동아리 '춤짱' 승리(본명 이승현·17)가 2005년 10월까지 차례로 합류했다.
연습생 꼬리표를 단 동안 열정에 욕심·의지가 버무려져 기차게 익었나보다. 지난해 8월 데뷔한 빅뱅의 4개월간 행보는 거침이 없다. 세 장의 싱글을 한 달 간격으로 발표해 10만 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최근 발표한 정규 1집은 음반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한터주간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첫 단독 공연에선 객석 1만 2천 석을 빈틈없이 채웠고, 다음 카페 회원수는 11만 명을 돌파했다. 멤버들이 작사·작곡 능력을 갖춘 데다 랩과 보컬·안무를 공통으로 소화한다. 가요계에선 '2007년을 주름잡을 대박 상품'으로 첫손에 꼽는 데 이견이 없다.
비주얼이 강조된 춤, 멜로디가 쉬운 댄스음악으로 승부하는 여느 아이돌 그룹과 음악 색깔도 차별화 했다. 1집 타이틀곡 '더티 캐시(Dirty Cash)'는 더러운 돈이 판치는 세상을 풍자했다. G-드래곤의 솔로곡 '디스 러브(This Love)', 태양의 솔로곡 '마이 걸(My Girl)' 등은 세련된 팝 멜로디에 힙합 비트를 얹어 절로 리듬을 타게 한다.
"아직 우리 음악의 정체성은 못 찾았죠. 기본 베이스는 흑인 음악을 추구하는 YG 스타일에 대중성, 10대의 개성을 담았어요. 아이돌 그룹 음악이란 편견은 불식시킬 자신이 있어요. 우린 10대 팬을 넘어 20~30대 누나, 형들의 귀와 가슴을 자극할겁니다."(T.O.P)
연습생에서 가수로 신분이 상승하자 YG 식구들, 가족의 대접도 달라졌다.
"연습생 기간이 길어 집에서 불평이 대단했어요. 힙합 스타일 머리도 싫어하셨고. 아빠는 '밖에서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우리 아들이라고 무척 자랑스러워하세요."(태양)
"매니저 형들이 우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죠. 연습생 시절, YG 합동공연에 출연할 때 직접 동대문에 가서 의상을 사 입었어요. 지하철 타고 공연장 와서 무대에 오른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관객과 함께 귀가했죠."(G-드래곤)
"데뷔 전 YG 공연장서 우리 사인을 받던 팬들은 세븐 형이 오자 들고 있던 펜까지 확 뺐어 세븐 형에게 달려갔죠. 지금은 우리 팬도 많아졌어요. 첫 방송 땐 연예인들 구경하느라 정신없기도 했고(웃음)."(승리)
빅뱅은 이달 미국으로 짧은 휴가를 떠난다. 양 이사가 열심히 달려온 빅뱅을 위해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공연 티켓을 선물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3개 도시에서 열린 YG 10주년 공연에 섰는데 우리 노래를 한 흑인이 따라불러 너무 놀랐어요. 세븐, 스토니 스컹크의 스컬 형들이 미국 진출을 준비중인데 언젠가 빅뱅도 미국 땅을 꼭 밟을 겁니다. 자신있어요."(멤버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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