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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개편안' 결론 못 내…부처간 이견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개편하는 정부안 마련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9일 출총제 개편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재경부·산자부와 공정위 간 견해차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전해져 '환상형 순환출자+중핵기업 출총제'를 정책조합으로 한 공정위 대안의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회의에선 출총제 유지 여부와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 처리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출총제 유지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제한 쟁점

권 위원장은 14개 그룹 343개 기업에 적용되는 현행 출총제를 자산 6조원 이상 또는 10조원 이상 그룹에 속하는 거대기업 20∼30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벌에 대한 내.외부견제시스템 등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는 현상은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에서 비롯됐고 계열사 출자로 인한 지배력 확장이 주로 문제되는 것은 그룹 내 대규모 중핵기업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내놓은 카드였다.

권 위원장이 제시한 안은 출자집중도가 높은 중핵기업만 출자를 제한하기 때문에 출자여력이 증가하는 등 현행 출총제 보다 기업의 부담이 완화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권 부총리는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입장은 출총제 유지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데 가까운 분위기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총리께서 기업부담 완화가 원칙이라고 수차례 언급했고 재계는 공정위 대안에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공정위 대안을 수용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경기상황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가운데 재계에서 이중규제라고 비판하는 공정위의 대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권 부총리는 지난 9월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서비스업 규제완화 대책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약속하는 등 취임 이후 기업규제 완화를 공언해왔다.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처리도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환상형 순환출자는 현행 법에서 금지된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인 만큼 마땅히 규제해야 하고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해선 의결권 제한을 통해 강제하는 방안 또는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인 해소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지금보다 완화된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제혜택 제공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결국 이날 회의에선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이외 대안에 대해 재경부.산자부와 공정위의 입장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 공정위 다음주 중 정부안 확정 추진

공정위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결론을 얻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최종적인 정부안 마련을 위해 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회의 결과를 짤막하게 발표했다.

공정위는 관계장관회의를 계속해 다음주 중에는 정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경부.산자부 등과의 의견 차이를 감안하면 대안을 상당 부분 수정하지 않고서는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양측이 팽팽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절충안 형태로 합의안을 마련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일 정부안이 공정위 방안에 가깝게 확정된다고 해도 향후 거쳐야 할 당정협의에서 다시 한번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출총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지만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출총제 개편의 정부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올해 국회에 제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안 확정과 당정협의에 이어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등에 필요한 기간을 감안하면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 제출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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