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보내며 점점 더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단 외국 감독 및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의 감탄이 아니더라도 '관객의 축제'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을 만큼 영화 팬과 일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 흥겨운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욱이 '한류 스타'들이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해마다 새로운 한류 스타가 등장하고 있어 부산영화제에는 점점 더 많은 일반 외국 팬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 언론과 팬들을 의식해서일까.
한류 스타를 내세운 행사가 지나치게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형태를 띠고 있다.
14일 밤에는 정우성과 김태희 주연 영화 '중천'이 '중천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그랜드호텔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었다.
이어 15일 밤에는 영화제 행사장마다 수백명의 일본 팬들을 몰고다니는 이병헌 주연의 '그 해 여름'이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
기자가 이 행사를 '이벤트'라고 표현한 것은 말 그대로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쇼케이스도 아니었으며, 영화 제작과정을 소개한 제작보고회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무대에서 그저 이병헌, 정우성, 김태희의 얼굴을 외국 언론에 잠깐 소개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이 두 행사에 대한 외국 언론의 관심이 대단해 행사마다 700여 명 가까운 '인파'가 참여했다.
그러니 행사장은 번잡스러울 수밖에.
'중천'은 잠시도 쉴 곳 없는 행사장에 2시간 가까이 그 많은 인원을 1층에 몰아넣은 후 영화 제작과 관련해 고위 관계자와 그들이 초청한 인사들은 느긋하게 앉아서 '쇼'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위층에 마련해놓기도 했다.
해외 언론의 관심이 되는 정우성과 김태희의 등장 시간은 잠깐.
주제가를 부른 휘성과 메이비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진행을 했다.
행사는 104억원의 순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영화 규모에 맞게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행됐지만,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중천'이 아니라 오프닝 힙합무대와 가수들의 노래.
'그 해 여름'은 '중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라운드 테이블이 놓여 있는 데다 취재에 나선 언론사는 더 많았으며, 기자를 가장해 들어온 일반 팬들까지 가세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그 해 여름' 팀은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한류 스타인 이병헌을 참석시켰음에도 기자가 다녀본 부산영화제 행사 중 유일하게 통역 없이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행사였을까.
행사를 진행한 관계자조차 "성격조차 명확하지 않은 이런 행사를 반드시 치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겉으로만 화려할 뿐 내용은 방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두 행사에 앞서 14일 오후 진행됐던 '천년학의 밤'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또 다른 한류 스타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팀이 마련한 이 행사는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개그맨이 사회를 맡았던 두 행사와 달리 주연배우 조재현의 절친한 동료인 차인표가 애정이 담뿍 담긴 진행을 했으며, 조재현은 북을 치는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매순간 참가자들의 박수와 웃음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임 감독을 비롯해 배우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주요 스태프들이 일제히 무대에 올라 인사해 결코 영화란 몇몇 사람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야외에서 진행돼 지나가는 부산 시민이 자연스럽게 이 행사를 보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으며, 무대 위 진행에 시종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외국 영화 관계자와 외국 기자들의 모습도 두 행사와 달랐다.
무대 행사가 끝나고 난 후 임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석자들과 어우러져 환담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정겨워보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해 부산영화제 행사 중 가장 따뜻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도 정성껏 준비했으며, 참석자들도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게 눈에 보인다"며 그날의 광경을 만족해했다.
영화의 성격만큼이나 달랐던 영화 행사의 풍경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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