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외국인 취업 문 잠그지 않는다"
이민자 문제에 대해 블레어 총리가 어제(12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2007년 1월 1일자로 유럽연합에 가입돼, 영국에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사람들의 이주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취업 허가제를 통해 일시적 제한(short-term curbs)을 가하는 것은 가능 하지만, 이 두 나라에 대해서만 이민자의 문을 걸 어 잠그는 것(closed door)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일자리나 범죄등 국내문제를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해온 존 리드 내무장관의 거듭된 의견 표명에 일정선을 긋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최근 보수당의 극우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인들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규제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쐐기를 박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
|
| 내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외국인 취업허가에 대한 BBC 수요일 밤(13일 밤) 보도. |
나아가, 최근 언론들이 이민 문제를 지극히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다루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기도 하다. 보수언론들은 급증하는 이민자 문제를 수시로 다루면서 부정적인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블레어의 발언은 또, 완전한 개방(open door)를 주장하는 외무부의 입장과도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다. 초기에 폭증할 경우 단기적으로 취업 허가제를 통해 숫자를 조절할 방침은 갖고 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블레어, "외국인 경제발전 기여"
블레어의 이런 정책 방향은 이민자가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기보다 영국인들로 충당할 수 없는 분야에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한다. 우리도 그렇지만,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3D 업종을 기피하기는 좀 먹고 살만한 나라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충분히 먹고 살만해지기도 전에 3D를 기피하는 조로 현상을 보이고 있어 문제지만...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상대적인 저임금(고국으로 치면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3D 업종에 종사하므로써 영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블레어는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
|
| 동유럽 출신 취업자들은 영국 경제의 짐이 아니라 도움이라고 말하는 블레어. |
영국 경제 성장의 0.5-1%가 이들에 의해 실현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블레어 수상은 조사결과 2004년 이후 영국에서 취업허가를 얻은 8개 동유럽 국가 취업자들이 자녀를 동반한 경우는 3%에 불과하고 전체 50%가 일정시간이 흐른 뒤 고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동유럽 이민자들은 짐(burden)이 아니라 도움(help)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본다면 좀 살기 부족한 나라 국민들은 잘사는 나라로 와 열심히 일해 자신의 삶의 조건 개선하고, 잘사는 나라는 그들을 받아 경제성장 이루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비친다.
블레어 노조 주장과도 타협
블레어가 이민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장소는 12일 열린 영국 노동조합 위원회(TUC, Trades Union Committee) 정기 대회 석상. 우리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개혁적인 정당을 지지하듯이 영국도 6백 50만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TUC가 전통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한다. TUC는 노동당 최대의 지지세력인 것이다. 영국 최대의 이익 집단 TUC의 공식 활동 목표는 해가 지지 않는 식민 모국 출신 답게 좀 거창하다. "공정한 노동조건, 그리고 국내외에서 사회정의 실현(fair deal at work and for social justice at home and abroad)". TUC 홈페이지 첫 문장에 뜨는 구호다.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과 권익옹호라고 할까...
실제 TUC는 유럽 연합 내에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지하며, 따라서, 유럽연합에 새로 가입하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노동자들에 대해 차별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블레어는 이런 TUC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TUC 정기대회에 연사로 참석해 그 자리에서 의미있는 노동정책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레어는 그 동안 공기업의 민영화등을 놓고 TUC와 갈들을 빚어 점점 지지를 잃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 이어 최근 레바논 전쟁에서 친미 전쟁정책을 지지한 뒤로는 TUC의 신망을 거의 잃은 상태다. 12일 행사에서도 블레어가 연설할 때 TUC 집행부가 퇴장하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할 정도였다.
우리도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이후 전래의 산업연수생에 연수가 아닌 근로 목적의 외국인을 받은 뒤로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산업연수 기간이나 고용허가 기간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체류하는 불법 노동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록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해도 남의 나라 예를 면밀히 들여다 볼 일이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