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으로 인한 자국 인명손실은?
팽창정책으로 전쟁을 벌여 군수산업체의 배를 불려주는 것은 좋은데, 정치인들이 당면한 과제가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인을 뒤에서 움직이는 군수산업체가 당면한 과제다. 한국의 '바다이야기'에서 보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기업이 부정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정치인을 배경 삼아 제 뱃속 채우기는 식은 죽 먹기다. 참여정부에서 독버섯처럼 번진 사행성 오락 산업. 많은 국민이 반대하지만, 사행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는 버젓이 떼돈 벌었다. 미국의 팽창 정책 아래서 번창하는 군수자본. 지구촌 누구나 다 전쟁을 반대하지만, 군수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는 평화를 제물 삼아 떼돈 벌고 있다. 미국에서 팽창주의적 시각을 가진 정치인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대며(미국은 로비 사회) 전쟁을 통해 돈 벌기는 '바다이야기'처럼 쉽다.
문제는 여론이다. 국제여론(國際輿論)은 이제 신보수주의 관점의 미국에서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약간의 제스처만 취해주면 그만이다. 여론이 무서운 이유는 그로 인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 누구도 미국에 제동을 걸거나 제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최소한의 생색만 내면 그만이다. 때로는 이것도 지키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그 숱한 반대를 물리치고 이뤄진 이라크 전쟁이나 레바논 전쟁이 그 예다. 문제는 국내여론(國內輿論)이다. 4년에 한 번씩 대통령을 뽑는데, 꼭 걸리는 문제가 하나 있다. 인명의 손실. 여기서 민심이 달라진다. 정치인들은 미국을 세계 경찰로 유지시키지만, 위험한 경찰로 잘못 유지하다가는 정권 내놓아야 한다. 베트남전이 대표적이고, 현재 이라크 전쟁도 지금 상태에서는 미국인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군수산업 돈은 벌어주되, 내가 다치면 안되고, 적당한 선에서 발을 빼는 게 정치인들의 과제다.
2) 인명 손실을 줄이는 방법
내 몸을 다치면서 하는 경찰 역할에 찬성할 국민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미국은 자국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찰 옆에 방범대원 앞세우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달착지근한 당근 꺼내 들고 돈없는 나라를 방범대원으로 특채하는 것이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에서 경제지원과 참전 수당 지원으로 한국을 유인한 것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새로 찾은 방법이 힘없는 나라에 영향력 행사해 "네 돈 갖고 와서 야경 돌며 방범대원 하라"는 반협박이다. 1991년 걸프전과 그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쟁이 그 예다. 한국은 지금 한국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이라크에 수억 달러 들여가며 군대 파견하고 있다.
힘없는 나라에는 이게 통하는데, 그래도 체면 좀 세워야 하는 나라에는 이 방법이 좀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내놓는 방법이 감투다. 제멋대로 군대 동원해 전쟁 치러 놓고 뒷처리를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 아래 감투 쓰고 싶은 사람 꼬드겨 방범대원 맡기는 방식이다. 레바논 전쟁 뒤 남부 레바논의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들어가는 유엔 평화 유지군의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가 대표적이다. 특기할 것은 이탈리아다. 거대 기업가 출신의 베를루스코니가 정권을 잡은 뒤로 이탈리아가 이런 감투에 맛을 들여 적극 참여하는 중이다. 이번 레바논 평화유지군에도 무려 2천5백 명이나 파병한다. 리비아로 이디오피아로 식민지 찾아 헤매던 무솔리니의 팽창정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3) 군수업체, 첨단 무기체계가 돌파구
둘째 방법은 질적으로 다르다. 1)당근 꺼내거나 2)겁주거나 3)야바위처럼 그럴듯한 감투 줘 방범대원 세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미국이 직접 하는 방법이다. 사람 희생을 최대한 줄이면서 전쟁 치르는 방법.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방위산업체들 입맛에 더 맞는다. 미국의 방위비 예산이 많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군수산업체들이 돈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쟁 명분 만들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에 찬성하게 만든 다음 자신들이 만든 값비싼 최첨단 무기로 전쟁 치르는 방식이다.
자국 인명피해를 줄이면서 쉽게 돈버는 신무기 개발에 운명을 걸고 달려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있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부시행정부가 전력을 기울이는 우주개발(space exploration)을 통한 미사일 방어체제(MD), 지구 위치추적 시스템(GPS, Global Position System), 보이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stealth aircraft)... 과학기술의 발전이니, 다른 경제분야로 파급효과니 하는 이유를 갖다 대면서 무기개발을 합리화하는 데는 광고에 목마르고, 광고를 보장하는 천민자본주의 유지를 갈망하는 언론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4) 한국에서도 '군산복합체'
이런 군수자본과 군부, 정치권의 결탁이 사실 미국이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의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이야말로 세계에서 11번째로 방위비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 아닌가. 최근 잇따라 추락사고를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자아내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F-16. 이 전투기는 공군의 다수 조종사가 선호하던 프랑스의 국영 방위산업체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물리치고 김대중 정권에서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기종이다. 이 과정에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 쉽게 추측할 수 없지만,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이 군산복합체의 끈끈한 위력을 발휘해 미국정치권을 통해 한국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어리석다.
최근 육군이 2백 40억 원짜리 지대공 미사일 2대를 구입하면서 무기도 건네 받지 않고, 2개의 방위산업체에 대금부터 지급한 사례가 적발돼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무기업체에 대한 특혜고, 특혜는 결탁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에서도 군수업체와 군부의 검은 고리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사실 200억이라 봐야 F-16 전투기 엔진값도 안되는 현실이지만... 군수조달의 부정을 없애겠다고 별도의 방위사업청까지 만들었지만,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비리의 사슬을 끊어내기에는 아직 한국 현실에서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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