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스 요금 전년 대비 평균 40% 올라
지난 글에서 영국의 심장부에 정전사태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기공급을 민영기업이 맡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항의 한번 변변히 못해보고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언제 나올지 모를 몇 푼의 손해 배상 청구하는 것으로 쓰라린 심정을 달래면서... 전기라고 하는 공공재(公共財)를 국가나 공적 관리가 아닌 민간의 손으로 넘겼을 때 일어날수 있는 폐해의 하나로 짚어 봤는데... 오늘은 민영 기업들이 전기나 가스 같은 공공재의 가격을 급격히 올려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여름 더위가 최고점을 향해 치닫던 지난 24일 프랑스 업체로 런던의 최대 에너지 공급기업인 이디에프 에너지(EDF Energy)는 7월 31일자로 전기 8%, 가스 19%의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이어 26일 나머지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통보했다. 가스나 전기같은 공공재를 민간 에너지 기업이 공급하는 영국에서 가격인상은 공기업이 통제하는 우리처럼 정부의 관할 사항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 추구 방침에 따라 시장 상황을 봐가며 인상하면 그만이다. 일방적인 통보다.
유난히 더워 전기를 많이 쓰게 될 올 여름 영국 가정에서 소비자들은 얼마나 더 요금을 물어야 할까.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6개 회사가 제각각이다. 그중 지난해와 여름과 비교해 가장 많이 올린 곳은 도시가스의 경우 이디에프 에너지의 57%다. 6개 회사를 합쳐 평균 43% 가량 오를 전망이다. 전기의 경우 브리티시 가스가 39%로 가장 높고, 6개 회사 평균 30% 정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와 가스를 합치면 평균 40% 대에 이를 전망인데...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여름 3달의 요금이 이 정도 오른다면 폭발적 인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3년 전인 2003년 여름과 비교하면 66% 가량 오른 금액이다. 방 3개, 거실, 부엌을 갖춘 주택의 전기와 가스요금이 여름 3달 동안 1천 파운드, 그러니까 1백 80만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한 달에 60만원 씩이다. 서울로 치면 49평 아파트 한 달 관리비를 넘는 돈인데... 평균적인 영국 가정에서 여름철 가스와 전기사용료로 지난해 보다 200파운드, 즉 36만원이나 더 내야 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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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올 여름 가스 전기값이 평균 40%나 급등한다. |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관계자들은 영국 내 최대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가 올 가을에 1천700만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인상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리티시 가스의 모기업 센트리카(Centrica)는 브리티시 가스가 지난 3월 전기와 가스 요금을 각각 22%씩이나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2억 파운드(3천 6백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그 폭은 10~15% 내외가 될 전망이다. 국제 원료 가격이 올라 추가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공공재 민영화와 가격인상
전국 에너지 행동(National Energy Action)이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제니 손더스(Jenny Saunders)는 "소비자들은 놀라는 게 아니라 실망하는 것"이라며 낙담한 반응을 보인다.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6개 회사 가운데 가장 공급가격이 낮은 회사로 공급선을 바꾸는 것. 회사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름 한 철 전기와 가스 값을 최대 27%, 209파운드(약 37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옵션 등을 봐가며 전기와 가스 공급회사 찾아 방랑해야하는 애처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에너지라고 하는 국민생활의 기본 공공재를 민간의 손에 넘긴 영국. 물론 민영기업들이 경영 효율화와 가격 경쟁등을 통해 더 싼값에 질 좋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도 있다.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에너지를 민간 손에 맡겨 가격이 인하됐다는 예를 찾기 어렵다. 민간기업은 전적으로 이윤 증대가 회사의 목적이다. 나쁜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생리다. 따라서, 일단 민영화시키면 이런 저런 말 할 계제가 못 된다. 정부 산하의 공공 기업이 민간의 원리를 도입해 경영을 합리화하고 원가를 낮춰 공급하는 방법이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공공 부문에 둘 경우 국제 가격 급변에 따른 급작스런 인상을 막을 충전장치를 마련할 여지가 있다. 결국 국민경제가 떠 앉아야 하지만,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운영의 묘를 갖고 대처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적어도 국민 입장에서 생활의 질과 직결되는 연료비의 비정상적인 급등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고 당해야 하는 안타까움은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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