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산의 한 여고에서 내신성적을 둘러싸고 학생들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내신등급제가 적용되면서 벌어지는 냉엄한 교육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차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산 모 여고 2학년의 한 여학생은 지난달 치러진 물리과목 기말고사에서 작은 실수를 했습니다.
2개의 정답을 적는 주관식 2번문제 답안 중 하나를 아래칸 3번 답안에 적으면서, 모든 답안이 한칸씩 밀린 것입니다.
학교측은 성적관리위원회를 소집했고, 같은 실수를 한 학생 3명의 성적을 인정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00여고 교장 : 한칸씩 내려썼다고 해서 다 틀리게 하는 건 대학에서 요구하는, 물리 잘하는 학생을 뽑으려고 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내신이 아니지 않겠느냐...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실수를 한 학생들의 성적이 인정되면서 등수가 떨어진 나머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시험의 원칙이 무너졌다며, 갖가지 오해와 추측까지 나돌았습니다.
[00여고 재학생 : 그 학생이 원래부터 공부도 잘하고 사랑받는 학생인데... 그 학생이 실수를 하다보니까 다 맞다고 해주고... 그래서 애들이 다 그러는 거죠.]
실수를 했던 해당 학생들도, 등수가 떨어진 나머지 학생들도 안타까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이처럼 냉혹해진 교육현실에 교사들의 심정도 착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00여고 교장 : 우리 학교 선생님이 아주 매정하게 "야! 임마 실수도 실력이야!"하며 전부 틀렸다고 하고 나면 친구들이 와서 "선생님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이건 인정해주셔야죠" 이렇게 되는 풍토... 물론 꿈같은 풍토인데...]
자신들을 저주받은 89년생으로 지칭하는 현재 고2학생들.
내신등급제를 적용받는 이들에게는 같은반 친구는 등수를 다투는 경쟁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신등급제라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내몰린 우리의 학생들.
그들이 겪고 있는 이같은 안타까운 현실이 오늘의 학교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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