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등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운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의 부분파업이 잇따르면서 내부 기반을 스스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의 GM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 자동차 메이저들간에 지분공유를 통한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파업은 결국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차, 쌍용차 등 노조가 있는 완성차 업체 모두 임.단협과 관련해 일제히 부분파업에 나선 것은 이런 점에서 단순히 개별회사들의 노사 문제를 떠나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론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올해 부분파업으로 인한 이들 4개 완성차 업체의 손실액만 살펴봐도 이미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26일 이후 부분파업 및 잔업거부가 계속되면서 총 9천4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기아차는 18-20일 사흘간 있을 부분파업으로 131억6천만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GM대우차는 14일 하루 부분파업으로 1천600대 가량, 쌍용차는 14일과 18일 이틀간의 부분파업으로 1천100여대의 생산대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 1대당 2천만으로 계산할 경우 각 320억원, 220억원에 달한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 수위를 높임에 따라 중장기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현대차 위기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 주가의 최근 약세의 1차적 이유로 '파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유형의 손실 외에도 파업을 비롯한 노조의 극한 행동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은 적지 않으며 무엇보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 부작용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환율 및 고유가 문제로 그동안 수출시장에서 한국차가 갖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라는 비교우위가 점차 그 빛을 잃고 있으며, 실제 올해초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소형 베르나는 도요타 소형차 야리스(에코)보다 가격이 비싸졌다.
또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최근 2009년까지 독일 근로자 2만명 감원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GM은 오는 2008년까지 북미에 있는 공장 12곳을 폐쇄키로 했으며 포드 역시 2012년까지 8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일본의 도요타 역시 2002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임금동결에 전격 합의한데 이어 2004년에는 당기순이익 117억1천만 달러를 기록해해 현대차보다 10배 많은 이익을 냈지만 2005년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았다.
자동차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업체들과 무한경쟁에 돌입한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시장이 치열해짐에 따라 외국 자동차업체의 노사는 아픔을 감수하고 구조조정안 등을 합의해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대립적 노사관계가 특징이라면 외국 업체들은 상생.화합의 노사관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올해 자동차 노조가 일제히 산별노조로 전환키로 한 것도 향후 한국 자동차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이전인 지금도 파업의 후유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산별노조로 전환될 경우 교섭비용이 증가하고 상급단체의 이해에 따른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노조의 강경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자동차업계의 이번 하투가 강성으로 표면화되면서 노동계 전반의 강경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따른 부작용이 비단 자동차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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