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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자금' 정의선 사장 기소유예

최대 수혜자 처벌 못해 비자금 용처 수사 '막막'

두 달 넘게 진행된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 회장을 추가 기소하고 김동진 부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 3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봉합 됐다.

계열사 비자금 보관 창고 역할을 했던 글로비스의 최대 주주(31.9%)로 `몰아주기'에 따른 주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버지인 정 회장이 모든 걸 자신이 지시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정몽구 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활용했던 '정의선 사장 처벌'이라는 마지막 압박카드를 버린 이상 계열사 부채탕감·사옥증축 로비 의혹 등 핵심 의혹 규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검찰은 `경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부채 탕감 로비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엄벌할 방침이라고 밝혀왔으나 거악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임원 일괄기소를 미루면서까지 용처 수사에 주력했지만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 전 산은 관계자 3명 외에 추가 처벌된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경제 위기론'에 휘어진 '경제 정의론' = 정의선 사장은 검찰에 뜨거운 감자였다.

검찰은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총지휘했다면 정 사장은 조성한 비자금의 최대 수혜자였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구속 수사까지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정 회장을 구속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정 사장이 받고 있는 혐의만으로 구속 수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데다 비자금 조성의 총책임자인 정 회장을 구속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 됐고 무엇보다 정 회장의 입을 열 압박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정 사장은 현대모비스㈜, 본텍 등 계열사에 총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가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9일 정 사장을 형사입건 후 기소유예 처분한 것과 관련, "부자를 함께 법정에 세우는 건 가혹하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 현실 속에서 기아차 경영을 맡고 있는 정 사장마저 기소하면 기아차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 후 재계 등에서 경제위기론을 주장하며 정 회장 선처를 요구할 때도 엄벌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제정의론으로 반박했던 검찰이 스스로 경제위기론을 내세운 셈이다.

정 회장이 처음에는 정 사장이 관련됐던 배임 혐의 부분을 부인하다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아들의 범죄 혐의까지 뒤집어 쓴 것도 기소유예의 배경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시인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 정 사장 수사는 완전 종결됐다. 다른 혐의는 없다"며 "정 회장 책임이 없다면 정 사장을 기소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8일 밤까지도 정 사장 처벌 수위와 관련, 입건유예, 기소유예, 기소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9일 오전 정상명 검찰총장의 결정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 용처 수사 난항 불가피 = 검찰은 정 사장 기소유예 방침을 밝힌 뒤 "현대차 본체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했다. 앞으로는 비자금 사용처 수사와 김동훈, 김재록씨 비리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1천여억원대의 비자금 집행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등 극소수여서 전적으로 로비 수사는 정 회장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비자금 용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반쪽 수사', '기업 길들이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 김재록 ㈜인베스투스 글로벌 전 회장과 김동훈씨를 추궁하고 있지만 뚜렷한 추가 범죄 혐의는 찾아내지 못했다.

양재동 사옥 증축 의혹 관련 수사는 서울시 전 주택국장 박석안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벌어진 뒤 사실상 중단됐다.

정대근 농협회장에게 3억원을 건넬 때도 정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김동진 부회장이 직접 나선 로비 스타일로 볼 때 검은 뭉칫돈의 행방은 정 회장 등만이 알고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용처 수사를 둘러싼 수사 여건도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 회장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데다, 보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용처 수사를 이유로 정 회장 보석을 막으려고 아들인 정 사장을 기소유예로 선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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