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7일 제청한 5명의 대법관 후보자는 법원과 검찰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법조인들이다.
학계와 재야 법조계 추천 몫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와 채이식 고대 법대 교수는 막판에 탈락, 최초의 학계 출신 대법관 탄생은 다음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5일 15명의 후보자를 추천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번 대법관 제청은 법원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둔 흔적이 역력하다.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로 여성 대법관에 제청된 전수안 광주지법원장도 법원 내부에서는 여성 몫이라기보다는 정통 법관 몫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파격 인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 대법관 인선이 2009년 2월에나 있고 이번에 5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데도 재야·학계에서 한 명도 제청되지 않은 점 때문에 대법관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고법 상고부 설치를 계기로 법관 위주로 대법관을 뽑는 대신 사회의 다양한 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인선을 하겠다고 공언한 기존의 방침이 이번 제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안정·재판 실무 중시…보수화 줄이려 고심한 흔적 = 제청된 법조인 5명은 사법시험 14회(이홍훈) 1명, 15회(박일환) 1명, 17회(김능환·안대희) 2명, 18회(전수안) 1명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제청된 대법관 중 이들보다 사시 기수로 선배인 대법관은 김용담(11회), 양승태(12회) 대법관밖에 없다.
제청된 5명이 모두 대법관에 오르면 대법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박시환 대법관을 빼고 모두 현직 법관이나 검찰에서 재직하면서 대법관에 임명된 사례로 기록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전문적 법률 지식'을 대법관 추천의 최우선 기준으로 제시한 적이 있어, 이번 인선은 재판 실무와 법조 경륜에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재야 법조인 대신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고 개혁 성향의 판결을 내린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을 제청한 것은 대법원이 보수쪽으로 기우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과 김능환 울산지법원장은 법원 내부에서 엄격하고 원칙적인 판결과 실무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면면을 볼 때 고위 법관들을 제청하되 실무형과 개혁성향의 인사를 적절히 안배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볼 수 있다.
개혁성과 실무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특정 학교 출신들이 대법관에 다수 임명된 것은 '옥에 티'로 지적된다.
이홍훈·김능환 법원장과 안대희 고검장은 경기고·서울법대 선후배 사이다.
박일환 법원장은 경북고·서울법대 출신이고, 전수안 법원장도 경기여고·서울 법대 출신으로 김영란 대법관과 고교, 대학 선후배 사이다.
이들이 대법관이 되면 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 중 경기고 출신이 4명이고, 서울법대는 12명이다.
비 서울대 출신은 김지형 대법관이 유일하다.
◇ 무더기 사퇴 등 후폭풍 없을 듯 = 대법관 기수로 어느 정도 예상됐던 14~18회가 고르게 포함돼 21회까지 내려갔던 지난해 파격 인사 때문에 빚어진 법관들의 무더기 사퇴 등 법원 내부의 진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시 14회 이상의 고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의 거취 문제가 불투명하다.
대법원은 내년 3월 고법 상고부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고법 부장급 법관과 지방 법원장급 법관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8,9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등 5명의 헌법재판관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도 고위 법관 인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번 대법관 인선 결과를 볼 때 파격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한편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요구가 있은 뒤 20일 이내 하도록 돼 있는 국회 인사 청문회 일정이 지연되면 대법원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강신욱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이 다음달 10일자로 퇴임할 때까지 청문회와 국회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대법원장을 포함해 8명이 재판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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