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이것은 제가 사용하는 목발입니다.
저는 일생동안 걸을 때 목발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사용하는 안경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근시라서, 늘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착용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안경을 쓸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목발을 짚으면 저를 1급 장애인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안경이나 목발은 똑같습니다.
단지 제 몸에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서 보조장구를 쓰는 것일 뿐입니다.
안경을 쓰던 목발을 짚던 장영희는 똑같이 인간 장영희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사랑받고 인정 받고,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기회를 누리고 싶어 열심히 삽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천천히 걷거나, 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고, 그리고 함께 살기 불편하다고 싫어하고 차별합니다.
장애를 이유로 취직시험에 불합격시키고, 오갈데없는 장애인 공동체가 들어오지 못하게 동네에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누구나 다 모종의 장애인입니다.
신체장애는 겉으로 보이기 때문에 눈에 띌 따름이죠.
권력을 지나치게 탐하거나 노동 없이 남의 돈을 먹는 것도 분명 장애입니다.
아니 신체적 장애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장애입니다.
어제(20일)는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놀이공원도 공짜고, 집에만 갇혀있던 장애인들도 1년에 한번 외출해서 햇빛을 보는 날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온갖 생색을 내고 연예인들의 전시용 홍보의 날이기도 합니다.
장애인들이 살아가기 힘든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신체적 장애가 아니라 사회가 주는 편견의 장애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단 하루의 선심이 364일의 면죄부가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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