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법원장 여러분!
제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두 달여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법원 구성원들과 만나 오늘 우리 시대의 사법의 모습에 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다 보니 벌써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20세기를 거쳐 21세기로 진입하면서 세계의 모든 나라의 정치체제가 바뀌었음은 물론, 산업체제도 완전히 바뀌어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사법도 더 이상 20세기의 틀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가 없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법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리 사법이 이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수많은 우리 사법의 구성원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로부터 변화하는 새로운 사법에 대한 갈망과 그 처방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와 신분의 향상에 대한 요구는 많았으나, 국민을 위하여 우리 사법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사법의 변신을 위한 처방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법의 구성원들은 국민들을 향하여 우리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구체적인 모습을 내 보여야 할 때입니다. 국민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생각하기보다는 힘든 세파에 찌든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친 숨소리를 내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처방을 내놓아야 합니다.
전국의 법원장 여러분!
저와 함께 새로운 사법의 지평을 열어갑시다. 국민에 대한 진정한 지도력은 권위주의적인 군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섬기는 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더불어서 나아갈 때에만 형성되는 것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라는 새로운 사법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그 길이 순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사법의 구성원들이 나를 생각하기보다 우리를 심부름꾼으로 택한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 길은 결코 먼 길이 아닙니다.
이 일은 대법원장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법의 구성원 모두로부터 새로운 사법의 출현에 대한 욕구가 그 내면에서 분출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법원장 여러분께서 우리 사법의 구성원 모두가 이 일에 참여하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대법원장으로서 사법의 새로운 모습을 가꾸어 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 임기 동안 우리 사법이 국민의 신뢰를 넘어서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법부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사법의 구성원 모두가 이 일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전국법원장회의 인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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