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계는 지금 냉전시대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의도의 시계가 그렇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행동과 사고는
그렇지 않고 정치권만 냉전논의를 펴고 있기때문입니다.
시작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이었습니다.
일부 보수신문에서 '과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SBS를 포함한
다른 언론에선 그리 무게를 두지 않았죠.
양식있는 학계 인사들이 강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렇게 한 교수의 '편협한' 주장은 학계에서 묻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강 교수의 발언을 사법처리해야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때부터강 교수 주장의 옳고 그름에 관한
토론이 아니라 '강 교수를 처벌해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논의가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강 교수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하면 '너 강 교수 주장에 동의하지?' 라는 반박이 돌아오는 비정상적인
논의구조가 확산됐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찰총수와 검찰은 강 교수의
구속 수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물론 구속은 법원이 결정하지만 현재 우리 헌법은
피의자의 경우 영장청구를 검사만이 하도록 돼 있기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청법 8조에 따라
검찰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강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후부터는 이 문제가 지금 진행되는 것처럼
여야의 치열한 대립의 소재가 됐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을 하겠다며 장외투쟁 의사까지
내비쳤고 열린우리당은 '냉전세력이 유신독재의 망령을 부활시키려한다'며
맞서고 있죠.
그동안의 경과를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아쉬움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이성적 논의구조에 따라 얼마든지 '편협한 주장'임을 입증할 수
있었던 강 교수의 발언이 보수단체의 고발로 '국보법 처벌 공방' 으로 변했고,
다시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정치쟁점화' 됐죠.
이 와중에 강 교수는 '순교자' 처럼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후진적이라는
아쉬움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중앙일보>가 지난 24일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강 교수를 구속해야한다' 는 응답이 34%였습니다.
학문적 논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30%가 넘었습니다.
보수단체가 굳이 고발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으로 도태될 주장이라는 자신감이
우리 국민들에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적절했느냐에 관해선
64%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응답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검찰과 법무부가 조율을
할 수 있는 사안을 굳이 수사지휘권 발동 카드까지 꺼내 논란이 확산되게 했다는
지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재선거도 한 영향이었을 것입니다.
야당으로선선거에서 쟁점으로 삼을 수 있기때문이죠.
이때문에 아마 재선거가 끝나면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은 사그러 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설과 공방의 상처는 여의도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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