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2.이탈리아
1,2,3)로마(Rome) 1,2,3
4,5,6,7)바티칸(Vatican)
8,9,10,11)오스티아(Ostia)1,2,3,4
12)폼페이(Pompeii)
13,14)에르콜라노(Ercolano)1,2
15,16,17,18, 19, 20,21,22)나폴리(Napoli)1,2,3,4,5,6,7,8--오늘 이야기
23,24)팔레르모(Palermo)
25,26,27,28,29,30,31)피아짜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
21)나폴리(Napoli) 7
◆7. 모자이크 전시실 3번방 2
메두사(Medusa)를 소재로 한 모자이크가 불행한 여인 메두사의 비극을 일깨운다. 메두사는 누구인가? 메두사는 원래 고르곤(Gorgon, 혹은 고르고 Gorgo) 세자매의 막내다. 그리스어로 고르고(Gorgo)는 '굳세다'는 뜻이다. 아버지는 바다의 신 포르키스. 어머니는 프로키스의 누이 케토. 메두사의 나머지 두 언니는 불사의 신으로 '힘'을 나타내는 스테노(Sthenno), 그리고 '멀리 날다'라는 뜻의 에우리알레(Euryale)다. 3명을 합쳐 고르고네스(Gorgones)라고도 부른다. 흔히 '고르곤'이라고 하면 메두사를 나타내기도 한다. 고르곤 자매는 어지나 추물이던지, 그녀들을 보는 순간 인간이든 신이든 돌로 변했다. 생김새를 묘사해 보자. 머리털은 무성하게 풀어 헤쳐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뱀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멧돼지 이빨에 손은 강한 쇠붙이니. 여성스런 면모는 찾기 어렵다. 눈은 깜빡거리지 않고, 항상 부릅떠 있다. 쭉 찢어진 입에 뱀의 혀가 달렸다. 코는 사자요, 아랫도리는 암말과 비슷했다. 날개가 달려 날아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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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얼굴--머리털이 뱀인 메두사다. 나폴리 박물관. ⓒ김문환 |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던 그들은 천상에서도 지상에서도 외면당하는 가련한 처지였다. 이들이 세상을 등지며 살고 있던 곳은 지구상 서쪽 끝. 우연히 지나는 사람들을 돌로 만들며 사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비록 메두사가 추물이기는 하나 짚신에도 짝이 있는 법. 바람둥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여인으로 비쳐진 것. 절륜의 정력을 자랑하던 포세이돈은 메두사와 결합했다. 남녀가 합방을 했으니, 임신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 출산을 앞둔 메두사는 그러나, 자식을 보기 전 죽을 운명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멋쟁이 영웅 페르세우스가 자신의 꽉 막힌 운명을 풀기 위해 그녀를 죽여야 했던 것.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가 건넨 날개 달린 황금신을 신고 메두사가 사는 곳으로 날아갔다. 메두사와 마주치면 안되기 때문에 아테나가 건네준 거울을 사용해 눈길을 피했다. 결국, 신들의 도움을 얻은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목을 잘랐다. 요정들이 준 요술 모자를 쓰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메두사의 목은 아테나의 방패 한복판에 박혔다. 아테나가 싸울 때 적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메두사가 죽을 때 메두사의 목에서 핏방울이 튀기는데, 여기서 포세이돈과 관계해 임신했던 자식이 태어난다. 명마 페가소스와 크리사오르 형제.
메두사는 이렇게 큰 잘못도 없이 비운에 갔는데... 그래서 그녀의 억울함을 해소해 주기 위함인가? 훗날 메두사에 관한 새로운 전설들이 생겨났다. '메두사'가 '여왕'이라는 말뜻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었지만, 아테나 여신의 미움을 받아 괴물이 됐다는 것. 일종의 신원설화(伸寃說話)인데... 메두사가 어찌나 미인이던지 여신 아테나와 미모를 겨룰 정도였다. 여기에 포세이돈이 개입한다. 미인이다 싶으면 상대를 유혹해,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욕심을 채우던 포세이돈. 메두사와 합방하는데 성공했다. 메두사가 유혹에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당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둘의 정사가 벌어진 장소가 문제였다. 아테나 여신의 신전. 아테나는 순결을 지키는 여신이었으니, 자신을 기리는 신전에서 불결한 행위가 벌어진 것에 대해 모욕으로 여겼다. 화가 난 아테나가 메두사를 추물로 만든 것인데, 하늘거리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든 것은 해도 너무 했다.
메두사의 슬픈 사연을 간직한 모자이크를 지나면 또 하나의 가련한 운명을 가진 여인과 만난다. 프릭소스와 헬레 모자이크. 이들의 신화를 살펴보자.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는 네펠레와 결혼해 아들 프릭소스와 딸 헬레를 뒀다. [헬레] 가장 그리스적인 이름이다. 행복하게 살던 가정에 불운이 닥쳤다. 불행의 시작은 늘 바람(?)을 타고 온다. 아타마스가 새 여자 이노에게 반해 바람이 난 것. 아타마스는 조강지처(糟糠之妻) 네펠레를 내치고, 이노를 집안으로 들였다. 자식까지 낳았으니... 새엄마 이노는 전처 네펠레의 소생 프릭소스와 헬레를 미워했다. 팥쥐엄마를 떠올리면 쉽다. 이노는 팥쥐엄마 보다 한발 더 나가 남매를 죽이려 했다. 이노의 치밀한 작전을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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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소스와 헬레. 아버지 아타마스가 재혼하면서 불운에 휩싸인 프릭소스와 헬레 남매. 어머니 네펠레가 기도를 올린 덕에 제우스가 하늘을 나는 숫양을 선물로 보내 줬다. 황금털을 가진 이 양을 타고 프릭소스와 헬레는 하늘높이 솟아 올랐다. 북쪽 흑해로 날아가는 도중 그만 힘이 빠진 헬레가 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헬레가 빠져 죽은 바다는 오늘날 마르마라해(海)로 불리는 헬레스폰토스(헬레스폰트)해다. 에게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좁은 통로의 해협을 가리킨다.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헬레의 모습이 가련하다. 오빠 프릭소스는 숫양의 뿔을 잡고 하늘을 날아간다. 나폴리 박물관. ⓒ김문환 |
이노는 우선 마을 주민들에게 밀의 씨를 볶아 파종하도록 했다. 들판에 밀의 싹이 돋아날 리 없다. 이상하게 여긴 아타마스. 당시 그리스의 관행대로 불길한 일이 생기면 델포이 신탁소에 신탁을 구하는 것은 예정된 순서. 이노는 이를 노렸다. 신탁을 받고 돌아오는 심부름꾼에게 뇌물을 써 프릭소스와 헬레를 죽여야 한다는 답을 내도록 했다. 바보스럽게 고민하는 아버지 아타마스. 자식을 죽여야 하나? 이때 남매의 친모 네펠레가 위험을 직감하고 제우스에게 읍소했다. 모정에 감읍한 제우스. 헤르메스를 통해 하늘을 나는 숫양을 보내 줬다. 황금털을 가진 멋진 양.
위기의 순간에 남매는 양을 타고 하늘높이 솟아 올랐다. 북쪽 흑해로 날아가는 데. 날아도 날아도 목적지는 나타나지 않고... 도중에 그만 힘이 빠진 헬레가 양에서 손을 놓쳐 떨어지고 말았다. 헬레가 빠져 죽은 깊은 바다는 오늘날 마르마라해(海)로 불린다. 에게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좁은 통로의 해협을 가리킨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바다로 오늘날 터키 영해다. 그리스 시대에는 헬레의 이름을 따서 헬레스폰토스(헬레스폰트)해로 불렀다. 알렉산더가 아시아 즉, 페르시아 영역으로 쳐들어 갈 때 건넌 헬레스폰토스 해협이다.
오빠 프릭소스는 유명을 달리한 여동생을 뒤로 하고 멀리 흑해 동쪽 끝에 있는 콜키스 왕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콜키스의 아에테스왕은 양을 잡아, 황금 털과 가죽을 아레스 신에게 바쳤다. 그리고는 이 성물을 신성한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용을 시켜 지키도록 했다. 이 황금 양털과 가죽을 가지러 이아손의 모험이 시작되고, 유명한 아르고호 이야기도 여기서 나온다. 헤라클레스도 참전하고 그의 친구 힐라스가 숲속의 요정들에게 보쌈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 아에테스의 딸 메데아와 이아손의 비극적인 사랑도 만들어 내는 바로 그 황금양털...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저승행의 가련한 헬레와 아직 양을 타고 있는 이승의 오빠 프릭소스. 이들의 엇갈리는 운명을 묘사한 모자이크에서 탐방객은 가슴이 시려옴을 느낀다.
로마시대 연극장면을 다룬 모자이크 한 점과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도 모자이크로 변해 박물관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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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 장면. 나폴리 박물관.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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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톤. 나폴리 박물관.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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