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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 - 순수를 넘어 평화로

(*무더위에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몇몇 분들께서 지난번 [친절한 금자씨]의 칼럼 내용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의 내용을 너무 드러내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항의 메일을 보내 주셨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영화의 내용이 충격적인 반전을 포함하고 있지

(*무더위에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몇몇 분들께서 지난번 [친절한 금자씨]의 칼럼 내용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의 내용을 너무 드러내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항의 메일을 보내 주셨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영화의 내용이 충격적인 반전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고 또 영화에 대해 분석하고 느낌을 쓸때 내용을 노출시켜야만 하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했는데 영화에 기대를 많이 걸고 보려고 했던 분들에게 불쾌하기 그지 없는 스포일러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앞으로는 좀더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은 기발한 재치와 재능으로 연극과 영화를 오고가는 장진 감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는 여자]로 장진식 유머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보여줬던 그는 이 영화에서는 제작을 맡았고 메가폰은 박광현 감독에게 맡겼습니다. 소위 말하는 비극적인 상황의 전쟁을 유머와 환타지로 풀어냈다고 해서 올 여름 극장가에서 [친절한 금자씨]와 나란히 가장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천상륙작전이 단행된 19050년 가을 즈음, 북한군 장교 리수화(정재영)는 나이 지긋한 중사 장영희(임하룡)와 나이 어린 병사를 이끌고 퇴각하게 됩니다. 우연히 산속에서 미친 소녀 여일(강혜정)을 만나 첩첩산중에 숨어있는 산골마을 동막골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한편 전쟁에 환멸을 느껴 탈영한 뒤 자살하려던 국군 소위 표현철(신하균)은 같은 탈영병 신세인 위생병을 만나 역시 동막골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공교롭게도 며칠전 전투기 추락으로 부상당한 연합군 대위 스미스가 주민들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군과 국군은 서로 총구를 겨누고 대치하다가 실수로 수류탄이 터지게 되고 마을 사람들의 양식 창고를 홀라당 태워 일년치 양식이 바낙나 버립니다.

난감하게 된 남북의 병사들은 곳간을 다시 채울 때까지 라는 시한을 두고 마을 사람들을 도와 밭일을 거들며 동막골에 머무르는데 점점 이들에게 동화되어 나갑니다. 같은 말을 쓰는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 원수같이 싸우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동막골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쁘고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감독은 동막골의 설정을 조선시대 10여 가구가 몰래 숨어들어가 세상과 단절하고 몇백년을 대대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말그대로 비현실적인 마을이라고 했습니다. 전쟁 중이라는 군인들의 설명에 마을 주민들은 '누구와 싸워요? 떼놈들이예요? 왜놈들이예요?' 라며 질문을 던지자 군인들은 동족끼리 싸우는 전쟁에 대해 곧바로 대답이나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서로를 죽일 것처럼 으르렁대던 이들이 총부리를 거두고 순진한 마을 사람들 덕에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결국 동막골과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하는 힘은 원작자와 감독이 순수와 휴머니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작전 수행을 위해 피난민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표 소위를 연기한 신하균은 인민군 장교 정재영의 균형잡힌 연기와 비교한다면 무겁고 우울합니다. 초반에 그렇게 유지했더라도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조금 풀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자연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같은 이름의 연극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임하룡의 연기는 그가 개그맨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줄 만큼 자연스럽고 원숙미가 묻어납니다. 중간 중간 툭툭 던지는 대사는 상황에 윤기를 더해줘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듭니다.

요즘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강혜정은 백치 여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냅니다. 백치 여인 여일은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막골 주민 가운데에서 가장 순수의 원형을 간직한 인물로 극중에 판타지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나비와 함께 이 영화의 주제를 집약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순박한 마을 사람들 역을 맡은 배우들입니다.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30여명을 뽑아 두달이 넘는 집중 훈련을 통해 완벽한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사실성을 높여줍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힘을 모아 난폭한 멧돼지와 맞서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과 과장된 연기, 적절한 음악이 어우러진 이 영화의 가장 활력있고 빛나는 장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기타노 다케시 같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영화에 음악을 맏아 우리 귀에도 친숙한 히사이시 조가 담당한 음악도 영화의 미진한 부분을 잘 보완해 줍니다. 이런 거장이 아시아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나라 영화의 음악을 맏은 것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전쟁 속에서도 남북한 군인이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내고자 하는 희생정신과 휴머니즘에 반해서”라고 밝혔습니다.

환타지에 시비걸기 좋아하는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나비떼가 힘을 합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군인들을 공격한다거나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해 눈처럼 흩날리는 것에 대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비참한 현실을 거부하고 진실과 순수를 찾으려는 메시지로 이해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제를 고려하지 않고 영화를 본다면 논리적인 비약이나 비상식적인 장면도 군데군데 있습니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메밀밭에서 국군 병사가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하얀 입김이 뿜어지는 겨울철 마을 축제로 바뀐다거나 쌩쌩 날아다니는 전투기를 기관총으로 상대해 격추시킨다거나 하는 부분을 들 수 있습니다.

[영웅본색]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빗발치는 총알에 한발도 맞지 않고 대충 쏘는 주인공의 총에 적들이 우수수 떨어지거나 아니면 수십발을 맞고도 남은 대사를 소화하는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나홀로인 세상에서 '싸나이'의 의리와 고독, 악당의 비정함에 분노하는 '끓는' 피를 느꼈기 때문에 눈감아주고 열광했던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순수와 그 순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군인들의 마음, 또 순수의 비현실성을 환타지로 풀어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 때문에 눈감아 줄 수 있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 흘리게 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나오는 장면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슬픈 엔딩으로 평가받는 [지구를 지켜라]의 엔딩을 연상시키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서로 총만 안들었지 전쟁만큼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우리 세상살이에서 '순수'와 그를 표현하는 '인간의 미소'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 가슴속에 아직 남아있다는 자그만 희망을 느낀다면 이 영화의 매력과 미덕을 충분히 맛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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