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혹독한 고문에 못이겨 간첩으로 몰리며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은 사람이 무려 21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당시 고문을 했던 이근안씨는 지금도 수감돼 있습니다.
보도에 최호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4년 귀순한 북한 출신 함주명씨는 지난 83년, 당시 치안본부 수사관들에게 영장도 없이 체포됐습니다.
함씨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으로부터 45일 동안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함주명/고문피해자 : 새끼발가락에 전기 통하게 해서 전기고문하고. 완전히 사람 죽는 거죠. 전기고문하죠. 물고문, 여기다 놓고. 숨 안 통하게 물만 들어오게 하죠.]
결국 간첩행위를 했다고 허위 자백을 한 함씨에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98년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함씨는 무려 15년이 넘도록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석방된 함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드디어 "고문의 의한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씨를 고문했던 이근안씨는 또다른 고문 사건으로 지난 2002년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함주명/고문피해자 : "(대질신문에서) 함주명씨 고문한 사실이 있느냐니까 (이근안씨가) '내가 무슨 고문을 합니까'...딱 그랬을 때 정말 내가 참기 힘들더라고요.]
이번 판결은 함씨처럼 고문을 당했던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심 여부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