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7월, 내가 설레는 이유

안녕하세요. 장마가 이제 좀 수그러든 것 같습니다. 곧 무더위가 다시 찾아올 태세입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BR 이번 달은 유난히 수준 높은 무용 공연이 많습니다. 6월말부터 이어진 영국 로열 발레단의 10년만의 내한공연, 유니버설 발레단

안녕하세요. 장마가 이제 좀 수그러든 것 같습니다. 곧 무더위가 다시 찾아올 태세입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이번 달은 유난히 수준 높은 무용 공연이 많습니다. 6월말부터 이어진 영국 로열 발레단의 10년만의 내한공연, 유니버설 발레단의 컨템포러리 발레 공연이 끝났고, 곧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 공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7월 ‘무용 성찬’은 발레리노 김용걸, 발레리나 김지영의 공연으로 마무리됩니다. 정동극장의 10주년 기념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로 열리는 이 공연이, 바로 제가 가장 기다려온 공연입니다.


김지영 김용걸-환상의 발레 커플


김용걸은 현재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드미 솔리스트로, 김지영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저를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사람들입니다. 1998년 말, 제가 사회부와 전국부, 편집부를 거치고 처음 문화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즈음, 이 두 사람은 세계적인 권위의 파리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듀엣 부문 1등상을 수상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드높인 ‘대사건’이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을 처음 인터뷰하기 위해 당시 국립극장에 있었던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찾은 이후, 이 곳을 참 부지런히 드나들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우아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무용수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지요. 한 장면 연습이 끝나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건을 두른 채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다시 연습에 나서던 이들의 모습에서는 ‘땀 냄새’가 물씬했습니다.


당시 최태지 단장이 이끌던 국립발레단은 김지영-김용걸, 김주원-이원국의 ‘발레 스타 시스템’을 가동하며 한창 발레 관객을 늘려가고 있었습니다. ‘해설이 있는 발레’가 인기를 끌면서 ‘발레 대중화’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또 모나코 발레단의 천재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스파르타쿠스’ 등 굵직한 화제작들을 줄줄이 선보였습니다. 취재 기자들도 흥이 나던 때였습니다.


2000년,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용걸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국립발레단을 떠납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첫 동양인 남자 무용수였습니다. 김지영도 2002년,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국립발레단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저도 문화부를 한동안 떠나게 됐습니다. 정치부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저는 두 사람의 근황에 항상 관심이 갔습니다. 어느새 저는 이들을 제 ‘문화부 동기’인 양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생생한 그들의 춤

이 두 사람이 함께 춤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저는 지금도 ‘로미오와 줄리엣’(2000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두 사람은 완벽한 호흡으로 고난도 기교를 소화했을 뿐 아니라, ‘느낌이 있는 춤’을 보여줬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2인무.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보듬고, 어루만지고, 품에 뛰어들고, 했던 모든 동작들은 말 그대로 황홀한 전율이었습니다. 고전 발레의 형식에서 벗어난 현대발레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지요.


2001년, ‘스파르타쿠스’에서도 두 사람의 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캐스팅이 엇갈려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아니었지만, 김용걸은 스파르타쿠스 역으로, 김지영은 프리기아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때도 그랬지만 김용걸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원의 신분이라 ‘객원 주역’이었는데,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춤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02년 김지영이 춤춘 ‘백조의 호수’도 잊을 수 없습니다. 국립 발레단의 도쿄 공연 때였습니다. 김지영은 당시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입단을 앞두고, 국립 발레단 소속으로는 마지막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백조의 날갯짓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던 그의 춤에 일본 평론가들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오데트의 청순함과 오딜의 도발적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백조.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백조의 호수를 봤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 때 본 김지영의 백조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해 문화부에 돌아왔지만, 이들을 금세 다시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김지영은 국내 안무가의 공연에 출연하느라 잠시 한국을 다녀갔지만, 그 때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김지영이 부상으로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다는 소식,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땀과 눈물로 쌓은 연륜


그리고 지난 4월, 저는 드디어 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립발레단의 ‘해적’에 객원 주역으로 초청된 것입니다. 이들이 함께 서는 무대는 ‘로미오와 줄리엣 ’ 이후 5년만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일찌감치 표가 동나서, 관객의 기대를 잘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국내 정상의 자리를 마다하고 타국에서 다시 처음부터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가야 했던 지난 몇 년. 그동안 쏟은 땀과 눈물은 이들의 춤에 깊이 있는 표현력을 더해 주고 있었습니다.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그동안 쌓인 연륜이 진하게 느껴지는 무대였습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김지영은 이 무대에서 완벽한 ‘재기’를 선언했습니다.


설렘으로 기다리는 특별한 만남


‘해적’을 끝내고 각각 프랑스와 네덜란드로 돌아간 이들이 다시 한국 무대에 섭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하는 특별한 공연이지요.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 The Mover 김용걸, 그리고 The Angel 김지영. 먼저 김용걸이 이틀간 정동극장 무대에 섭니다. 지젤 파드되, 그리고 지난 2002년 국내에 처음 소개돼 찬사를 받았던 윌리엄 포사이드의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를 춤춥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드미 솔리스트 로랑스 라퐁과 함께 합니다. 또 모리스 베자르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아레포(AREPO. OPERA를 거꾸로 씀) 등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역시 이틀간 열리는 김지영의 공연은 무용수들이 가볍게 몸을 푸는 '클라스‘로 시작됩니다. 무용수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김지영의 ’빈사의 백조‘가 이어집니다.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음악에 맞춰 포킨이 안무한 걸작이다. 백조가 파르르 날갯짓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표현해낸 것으로, 가슴 저리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깊이 있는 연기력 없이는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또 이원국과 함께 하는 차이코프스키 파드되, 그리고 무용가 이영일이 김지영을 위해 안무한 신작 ’내 안의 방‘도 기대됩니다.

두 공연 다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심을 끕니다. 또 국립발레단장 시절 이들을 처음 스타로 키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태지 정동극장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도 마련됩니다. 아담한 정동극장의 무대가 색다른 정감을 전해줄 것 같습니다.


저는 ‘해적’ 공연을 보고 와서 탁상 달력에 이 두 사람의 공연이 열리는 날짜(김용걸 7월 23-24일, 김지영 7월 30-31일)를 선명하게 표시해 뒀었습니다. 7월, 달력을 넘기며 저는 가볍게 마음이 설렙니다. 아마 이들의 공연을 기다려온 사람은 저뿐이 아닐 것입니다.


곧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SBS 매거진 7월호에 기고한 원고를 조금 손질한 것입니다.

***뉴스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