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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 가족과 삶에 대한 쓰라린 성찰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항상 찌푸린 표정의 카우보이로,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악을 응징하는 냉혈한으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스크린을 주름잡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데뷔 했을때 반신반의하는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항상 찌푸린 표정의 카우보이로,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악을 응징하는 냉혈한으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스크린을 주름잡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데뷔 했을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로 그가 몸담았던 서부극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줘 걸작이라는 칭호를 받더니 이후 탄탄한 연출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였고 76살의 나이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또 하나의 걸작을 들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은퇴했어도 벌써 했을 나이에 또 그 나이라면 남들이 뭐라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노욕을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절제되고 깊은 통찰력으로 무장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노익장이라고만 부르기 부족할 정도로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한때 잘나가는 권투 트레이너였던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시합도중 한쪽 눈을 잃은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과 권투 체육관을 근근히 꾸려갑니다. 유일하게 키우고 있던 선수는 실력은 되는데 프랭키가 좀처럼 타이틀 전을 안 붙여준다는 이유로 더 나은 매니저를 찾아 떠납니다. 혈육인 딸이 있지만 소원한 관계로 매주 꾸준히 편지를 쓰지만 번번이 되돌아옵니다. 주일마다 교회를 찾지만 성실한 신앙심이라기 보다는 젊은 성직자에게 난처한 질문으로 골려주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날 매기(힐러리 스웽크)라는 여자가 복싱을 배워보겠다며 찾아오는데 프랭키는 31살 먹은 여자가 발레리나를 지망할 수 없듯이 복싱도 그렇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시골 출신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몰래싸가 연명하는 궁핍한 생활을 꾸려가는 매기에게 권투는 유일한 꿈이자 희망이기에 접을 수 없어 6개월치 수강료를 선불로 내고 스크랩의 도움으로 운동을 계속합니다.

매기의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프랭키는 생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매기의 트레이너가 됩니다. 항상 자신을 먼저 보호하라는 가르침으로 일관하지만 재능이 있는 매기는 자신감으로 이 충고를 무시하고 데뷔 시합 이후부터 연전 연승을 거둡니다. 프랭키는 아일랜드 옛말인 '모쿠슈라'라는 애칭을 붙여주는데 그 뜻은 매기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드디어 백만달러의 대전료를 받고 라스베가스에서 세계 타이틀전을 치르는데 호각세의 경기 끝에 상대방의 비열한 반칙으로 매기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경추를 다쳐 얼굴과 입만 빼놓고 온몸이 마비된 매기를 프랭키는 곁에서 극진히 간호하는데 매기는 이렇게는 살 수 없고 원하던 꿈도 이룰만큼 이뤘다며 안락사 시켜달라고 부탁합니다.

프랭키가 자신의 친딸과 화해할 수 없는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상자에 수북하게 쌓인 반송된 편지를 통해 보여줄뿐 그 구체적인 사연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스크랩이 들려주는 젊은날 둘의 관계에 대한 사연은 프랭키가 자신이 키우는 선수들의 타이틀전을 미루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지만 매기의 타이틀전은 이전과는 다르게 서두르는 것은 둘의 관계가 단순한 선수와 트레이너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돈 좀 벌었다고 고향에서 캠핑카에서 너저분하게 살고 있는 어머니와 오빠 동생에게 번듯한 집을 마련해주고 프랭키와 함께 찾아가지만 엄마는 집이 생기면 정부 보조금이 끊기게 된다며 오히려 딸을 나무라는 나쁜 가족입니다. 이 가족들은 매기가 사고를 당한 뒤에도 진심어린 병문안을 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데리고 와 매기의 남은 재산을 가로채려는 흉계를 드러내 프랭키는 분노합니다.

스크랩의 구멍난 양말을 갖고 프랭키가 시비를 걸자 이에 대꾸하는 장면이나 상대 선수의 게임 화면을 어렵게 입수해서 매기의 집을 찾아온 프랭키가 VTR은 커녕 TV도 없이 사는 상황을 대했을때의 반응에서는 큭큭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듭니다.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터뷰에서 권투영화가 아니라 멜로 영화라고 밝혔듯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한 결코 달콤하지 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랭키의 결단과 '모쿠슈라'의 뜻에 담긴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통과 슬픔의 눈물을 쏟아내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듭니다.

결단의 순간을 결행한 뒤 프랭키는 어디로 갔을까?... 영화에서는 프랭키와 매기가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레몬파이를 파는 식당을 마지막 장면으로 비춥니다. 레몬파이를 맛보면서 프랭키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군'하고 말했던 장소입니다.

30년동안 가난과 고통 속에서 따뜻한 가족의 사랑조차 못 느꼈던 매기는 권투에의 열정으로 프랭키를 만나 연전 연승하다가 타이틀 전에 도전하기까지 했습니다. 1-2년의 행복했던 기간이 지나간 30여년의 고통을 상쇄할 수 있을까?...매기는 자신의 말대로 진짜 행복했을까?... 하는 의문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내내 마음속 한가운데를 차지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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