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법원, 어느 재판부를 만나느냐가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불법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직이 걸린 문제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넘기면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유난히 벌금 80만원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당선무효형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100만원이라는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런 기준을 만든 것도 국회의원들이죠. 물론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요. ▶ 법원 따라 정치인 운명 엇갈려 어제 국회의원 두 명의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같은 열린우리당 소속인데요, 익산 갑이 지역구인 한병도 의원과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복기왕 전 의원이 주인공들입니다. 복기왕씨는 벌금 200만원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곧바로 의원직을 잃었고 한병도 의원은 무려 1000만원이던 벌금이 80만원으로 줄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벌금형의양형 문제는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한병도 의원을 살려준 곳은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입니다. 방극성 부장판사가 재판장이군요. 재판부는 일단 기소된 혐의 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판결문 내용을 보면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선거운동기구와 유사한 기관을 설치, 운영하고 경력, 학력을 허위로 공표한 행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이룩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어긋난 행위"라는군요.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소속 위원인 것처럼 사무실 개소식과 발대식을 갖고 '중앙부처 익산 유치단'을 조직했다가적발됐습니다. 그밖에 허위 경력과 학력을 표시한 것도 적발이 됐네요. 죄명은 허위사실 유포와 사전선거 운동 위반 혐의입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벌금 3백만원을 구형했는데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무려 3배가 넘는 벌금 천만원을 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선인데다 부정 부패에 물들지 않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국정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범행들이 지구당내 경선과정에서 행해졌고 허위 경력과 학력 등이 발견 즉시 수정된 점 등을 감안"한다며 형을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벌금 80만원으로 낮춘 겁니다. 이제 선거가 치러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초선의원이 그 동안에 부정 부패에 물들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요. 그런데 피고인이 초선인데다 부정 부패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이 형을 감경하는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 성실한 의정 수행해서 의원직 유지시킨다? 또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국정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도 감안했다고 하는데, 성실한 의정활동의 기준은 무엇이고 국정과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겁니까. 도대체 1년도 되지 않은 의정활동과 국정 및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이 의원직의 박탈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 유일한 감경 사유라면 허위 경력과 학력이 발견된 즉시 수정한 것 뿐인데, 1심과 2심의 이런 널뛰기 판결은 한 번 짚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반하면 오히려 어제 의원직을 상실한 복기왕씨는 많이 억울할 겁니다. 대법원 제1부는 어제 복기왕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이상락, 오시덕,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에 이어 17대 들어 네번째입니다. 혐의 내용은 재작년 6월 선거구민 120여 명에게 1인당 만원의 경비를 받고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와 민주당 중앙당사 등의 관람을 주선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것 등입니다. 1심에서 벌금 5백만원을 선고받은 뒤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당선 무효 기준인 백만원보다 높았습니다. ▶ 선거법 위반하고도 요행 바라는 심리 없어져야 전에도 종종 이미 선거를 통해 지역구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당선만 되면 벌금 70-80만원을 선고해 의원직을 유지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법원은 선거 때마다 이번에는 엄정한 재판으로 부정선거를 뿌리뽑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을 강조했었죠. 하지만 대법원이 그런 선언을 하더라도 모든 하급 법원이 그런 지침을 따르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그러니 더욱 법원을, 재판부를 잘 만나야지요. 이런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
법원따라 엇갈리는 정치인의 운명
어느 법원, 어느 재판부를 만나느냐가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불법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직이 걸린 문제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넘기면 의원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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