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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매립공사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지도 벌써 1주일이 더 지났습니다. 지난번 칼럼에도 한 차례 관련 내용을 썼고, 또 제 블로그에도 천성산 공사와 비교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 저희 방송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약간 정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새만금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의 주문의 첫 줄은 이렇습니다. "농림부장관이 2001. 5. 24. 원고 97.에 대하여 한 공유수면매립면허 등 취소 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주문의 그 다음 부분은 원고들이 낸 각종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거나 각하한다는 것과 소송비용 분담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판결에 따라서 농림부장관에게는 행정절차법의 규정에 의해 원고가 냈던 "공유수면매립면허 등 취소 신청"을 다시 심사하여 처분을 하여야 하는 이른바 '재처분 의무'가 발생합니다. 재처분의 내용은 "공유수면매립면허를 취소하거나 판결의 취지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판결을 내리게 된 법률적인 근거는 공유수면매립법입니다. 공유수면매립법 제32조에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농림부장관은 매립면허의 취소나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을 행정청의 자유재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후의 사정 변경 등으로 대규모 환경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당초의 공유수면매립면허처분 및 이에 따른 후속행위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그 영향 범위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환경상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주민들로부터 행정권 발동을 요구받은 행정청으로서는 당초 공유수면매립면허처분 등의 취소나 변경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판결의 핵심 부분입니다.
그런데 당일 저희 SBS 8뉴스의 새만금 판결에 대한 머릿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의 새만금 개발 사업에 대해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먼저 사업 추진 동기. 재판부는 새만금 사업이 제대로 된 경제성 검토도 없이 지난 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도 엉터리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오염원을 줄여서 계산하는 바람에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매립공사로 만들어질 새만금 호수의 수질은 농업용수로 쓸 수가 없으며 정부가 제시한 수질 개선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매립지를 농지로 사용할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태로,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지개발이라는 사업 목적도 타당성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새만금 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들의 신청에 대해 농림부 장관이 내렸던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최병모/원고측 변호사 :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관해서 사정 변경이 있기 때문에 원고의 신청이 있는 한 변경 의무가 있다.] 오늘(4일) 판결이 확정되면 농림부 장관은 새만금 공사를 취소하거나 판결에서 지적된 각종 문제점이 해결되도록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방조제 공사 등을 중단하라는 결정은 내리지 않은 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SBS 이대욱입니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성한표 선생께서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이 기사가 새만금 판결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갯벌의 가치에 대한 평가상의 잘못이나 환경 피해 같은 사정상의 변경을 이유로 한 판결을 과장했으며 판결 취지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특히 첫 줄의 "새만금 사업에 대해총체적 부실이라는 판정을 내렸다"는 부분을 적시했습니다. 기사에 대한 판단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런 평가는 기사가 아니라 판결에 대한 판단과 평가에서 오해를 부를 수가 있다는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새만금 판결은 약 96페이지에 달합니다. 물론 판결문으로서는 상당히 긴 분량이죠(판결문이 300페이지가 넘는다고 아는 사람도 있는데 96페이지 뒤로는 관련 목록이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받아서 읽어본 판결문은 수질환경에 대한 별첨 도표까지 합쳐서 96페이지가 끝이니까요). 재판부는 이 판결문에서 새만금 사업의 출발에서부터 추진 과정 등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원고와 피고의 주장이 있으면 재판부가 객관적인 사실 조사를 통해 "인정된 사실"을 정리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인정된 사실들을 기초해서, 판결문의 구조를 따라 위에서 보신 기사가 씌어졌습니다. 물론 저도 기사를 데스킹하기 전에 그 판결문을 다 읽었습니다. 자기 자랑 같지만 아마 당일에 그 판결문을 모두 읽고 당일 기사를 쓴 기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재판부가 제공한 요약문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 경우가 많았지요. 물론 저도 점심 무렵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인정된 사실들을 보면, 새만금 사업은 기사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총체적 부실이었습니다. 재판부가 그러한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 이후에도 정부 내에서조차 사업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제대로 예산 배정도 되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씌어 있듯이 환경영향평가는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염원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계산을 했으니까요. 이러한 전체적인 판결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 저희 기사였고, 또 그것이 판결문의 구조였습니다. "갯벌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못한 것은 저 또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넣고 싶은 내용이 많았지만 새만금 사업에 대한 판결의 전체적인 내용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새만금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재판부는 왜 공사 중단을 명하지 않았을까요. 재판부의 설명, 그리고 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에 있는 판사들이 갖고 있는 아쉬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법은 법원이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청구된 내용에 대한 가부 판단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사실상 사업을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청구된 내용에 따라 "농림부장관의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는 것이 재판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재량권은 행정청이 갖고 있습니다. 공사의 중단 여부 등은 이러한 앞으로의 처분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는 부분인 만큼 재판부가 먼저 나서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에서 언급한 판결의 기본적인 취지, 구체적인 사실 판단 등이 존중될 것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정청이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재처분을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취소 소송이 얼마든지 가능할 겁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 의견의 대립이 치열합니다. 같은 전북도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판결 주문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판결문에서 드러난 사실관계, 이 사업의 출발에서부터 추진 과정은 주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그러한 사실관계 자체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 기사에서 그런 내용을 생각만큼 자세하게 전할 수 없다는 점은 방송 기자의 숙명이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네요. 쓰다보니 너무 길고 장황한 글이 되어 버렸네요. 생각 같아서는 판결문 파일을 함께 올려드리고 싶은데요, 그건 재판부에 문의를 해봐야겠네요. 하지만 판결 속에 담긴 새만금의 진실에 대한 판단에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만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고맙습니다. # 블로그 바로가기 http://my.sbs.co.kr/law |
새만금 판결, 주문보다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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