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방서에서 폐기 처분된 낡은 119 구급차가 일부 병원에서 특수 구급차로 다시 둔갑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값싼 고물차로 눈가림해서 응급실 개설 허가만 받으면 된다는 속셈인데, 위급한 환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입니다.
<기자>
마산시 외곽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 앞마당.
멀쩡해 보이는 특수구급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그러나 구급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차안엔 있어야 할 구급장비가 하나도 없습니다.
[병원 관계자 : (이게 왜 구급차가 텅텅 비어 있어요?) 이 특수구급차가 허가받은지 얼마 안 됩니다. 장비는 지금 다 견적을 받아가지고 지금 주문을. (주문을 하셨다고요?) 예.]
또 다른 병원 응급실의 특수구급차.
몇몇 장비는 갖췄지만 아예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입니다.
구급차라기보단 물건을 쌓아놓은 창고란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이게 지금 세면대 아닙니까? 이것 좀 보세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소 좀 시키지.]
이들 병원의 특수구급차는 왜 이렇게 엉망일까.
내구연한이 지나 폐기처분되는 소방서 구급차를 사다 놓았기 때문입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모든 병원 응급실은 특수구급차를 1대씩 갖춰야 합니다.
특수구급차의 가격은 대당 4천만원 안팎.
그러나 입찰에 붙여지는 낡은 119 특수구급차는 100만원 정도면 낙찰 받을 수 있습니다.
[(119차 있죠? 어느 정도나 낡았어요?) 저 정도면 수리를 진짜 어느 정도 해야 차다운 차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게 낡았어요?) 네. 많이 낡았습니다.]
낡은 구급차에 새로 칠을 하고 정비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만원 정도.
차값의 8분의 1가격으로 특수구급차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자 최근 소방서 특수구급차의 입찰경쟁률은 수십대 일에 이르고 있습니다.
[서울하고 경기도에서 50명이 내려왔는데 뭐. (입찰경쟁에 50명이나 왔어요?) 예. (차 몇대 파는데?) 한 대. 그레이스 한 대. 그게 몇분만에 팔렸으니까 말 다했지 뭐.]
낙찰받은 뒤 1, 2백만원 정도의 웃돈을 얹어 병원에 되파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습니다.
[(이거는 그럼 소방서에서 직접 쓰던건가요? 최근까지?) 당연하지요. 소방서에서 바로 현물로 오는 거 아닙니까? (언제쯤 연락 줄 수 있으세요?) 내일이면 바로 되죠. 내일 물건이 나오니까.]
폐기처분되는 소방서 구급차가 병원의 눈가림용 특수구급차로 둔갑하는 것을 소방서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병원에 팔린 119 특수구급차는 줄잡아 100여 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너 이 차 어떻게 할거냐 그러면 수출 할거다 이렇게 얘기한다고요. 근데 그걸 우리가 추적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유통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거기까지 밝힐 수 없다고요.]
현행규정상 폐기처분되는 119 특수구급차는 모두 공개입찰에 붙여 매각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 되지도 않는 매각 수입을 올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엉터리 특수구급차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폐차시킬 차가되면 폐차시키는 게 맞는 것이지 그거 쓰지도 못하는 차를 병원에다가 되판다는 것은 나중에 환자 싣고 가다가 고장 나가지고 잘못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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