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국산제품이 외제에 뒤지는 게 별로 없는데 유독 의약품 시장에서는 국산약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은 뒷전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건강음료 판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수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박순임 할머니는 4년전부터 하루 알약 수십개에 의지해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박씨가 복용하고 있는 약은 다국적 제약사가 만든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 한 통에 26만원이 넘는 고가 의약품입니다.
[박순임/신부전증 환자 : 4-5년 동안 계속 약을 먹었습니다, 내과약을 한 주먹씩 먹었습니다.]
이렇게 환자들이 많이 먹는 약 10개 가운데 9개가 다국적 제약사들이 만든 이른바, 오리지널 약들입니다.
외제약들의 시장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이미 30%를 넘어 섰으며, 2년 뒤엔 60%에 이를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외제에 밀려 국산약은 씨가 마르고 있지만, 우리 제약사들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신약개발과 연구투자는 뒤로 하고 건강음료같이 쉽게 만들어 팔 수 있는 제품 생산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민, 아미노산 음료의 경우 비슷한 제품 30여개가 잇따라 출시돼 공급과잉 현상마저 빚고 있습니다.
[한희열/한국제약협회 이사 : 제약의 식민지화가 가속화되면 다국적 제약사가 가격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정부가 자주적인 복지정책 수립이 어렵습니다.]
약효가 비슷한 국산약을 외면하고 외제약을 고집하는 일부 의사들의 그릇된 처방 관행도,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