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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에 다녀왔습니다.

ARF는 무엇인가? <BR> <BR>저는 지난 한주 동남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ARF는 무엇인가?

저는 지난 한주 동남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이 열렸고,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ACD(아세안협력대화)라는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ARF가 어떤 나라들이 모이는거고..하고 장황하게 설명하면 얼마나 재미 없겠습니까. 간략하게만 말씀드리자면 ARF는 동남아 국가들이 남북한,미중일러, 호주 등 자기네한테 영향을 주는 나라들을 죄 모아다가 안보 이야기를 하는 대화체입니다.

모양새상 주최국은 동남아국가연합이지만,(그래서 늘 브루나이,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이 돌아가면서 엽니다.) 미중일러+남북한이 모이는 안보대화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유엔말고는 이런 자리가 없거든요.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ARF는 북한문제가 주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6월은 핵문제가 불거지기 전이었습니다. 당시엔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왔습니다. 이때 백외무상은 '동포기잡니다.'라며 따라붙는 남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켈리가 우리 공화국에 오기로 했어."

켈리는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제가 지난 글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북핵협상 전문가입니다. 백남순의 이 한마디는 한동안 교착상태였던 북미협상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는 의미로, 상당히 큰 뉴스였습니다. 그런데 왜 오늘날 북핵을 갖고 이런 난리를 치고 있을까요?

그것은, 그렇게 해서 성사된 미 대표단의 지난해 10월 평양방문 때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비밀리에 계속하고 있지? 바른대로 대라.'고 추궁을 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핵개발을 시인하는 사단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북한 핵문제와 북미 협상은 도로 93년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올해 ARF에도 백남순은 오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백남순 외무상은 장관이지만 진짜 실세는 그 밑에 있는 강석주 부상(10년전 핵협상때 북한을 대표해 대미 협상을 벌였습니다.)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한미일3국 외무장관이 다 오는 자리에 북한 외무상이 온다는 것은 상당한 이벤트였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북한측 참석자는 허 종 본부대사(대사급이지만 현재 임지가 따로 없이 본부에 있으면서 특별임무를 처리)로 다운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상황의 '질적변화'에 관한 신호를, 북한이 이번 ARF에서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허 종 대사는 그 역시 대미관계 전문가이지만, 장관급들이 모이는 대화에 끼기는 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추론은 맞았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분위기, 특히 미국 대표단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가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다음글에 말씀드립니다만, 간단히 말해 '우리가 먼저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정부는 상황의 위기화를 막고 대화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다시 미국 일본과는 티콕(TCOG)의 연장선상에서 '차관보급' 대북정책 협의를 계속했습니다. 목적은 미국이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가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썩 성공적이지도,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얘기도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ARF 취재는 상당히 '빡빡한' 출장이었습니다. 별로 자유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기사쓰고 취재하고 위성송출하는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프놈펜이라는 도시 환경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듯 별로 쾌적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어디나 오토바이로 점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태국에서의 ACD (Asia Cooperation Dialogue)는 취재라고 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편안한 일정이었는데, 이는 태국 당국의 훌륭한 기획의도에서 기인한 결과였습니다.

태국은 동남아의 맹주를 지향하는 역내 강국으로서, 자국이 주도하는 다자(多者)대화체를 키워나가고 있으니, 그것이 ACD입니다. 여기는 ASEAN 주도의 다른 다자대화체와 달리 카타르나 인도같은 중동,서남아 국가들이 함께 참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태국 탁신 총리는 현재 '아시아 채권시장(Bond Market)'의 창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조금 일찍 IMF 한파를 겪은 태국은 '왜 우리가 거액을 미국에 투자해 주면서 (미국 재무성 채권을 사면, 그 돈은 미국에 들어가 미국경제를 돕지요.) 뉴욕까지 가서 굽신거려야 하느냐. 아시아에서 우리끼리도 거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자. 그래서 서방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동의 위험관리 체제를 마련하자'는 비전입니다.

말은 아주 좋은데, 현실의 질서를 거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직 추진상황은 미약합니다. 어쨌든 태국은 ARF에서 심신이 피로해진 각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치앙마이에서 '휴식하듯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벌였습니다. 수도는 방콕이지만 치앙마이가 훨씬 조용하고 쾌적한 도시라는 점에서, 프놈펜에서 지친 외교관들의 마음을 사는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됩니다.

각국 외교장관들은 치앙마이에서 제일 좋은 골프 리조트로 초청돼 함께 라운딩을 하면서 친목도모와 현안논의를 함께 했습니다. 서울대 교수출신인 우리나라 윤영관 장관은 골프를 치지 않는지라 아무래도 교류에 제약이 좀 있었을듯 합니다.

다음글에 계속. 사진 속 제 뒤의 배경은 프놈펜 왕궁 앞이고, 왕궁에 걸린 그림은 백인혼혈로서 최근 생일을 맞은 왕비의 초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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