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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싫은 거리

<8뉴스>

<앵커>

지난 98년부터 서울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만 걷고 싶은 거리지, 관리가 엉망이어서 도무지 걷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동취재 2000,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0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 길입니다.

거리 곳곳이 불법 광고물로 넘쳐납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인도까지 차지해 버렸습니다. 공사현장 출입문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년전 돈을 들여 심은 나무는 밑둥만 보기 싫게 남았습니다.

{박혜성/대학생}
"걷고 싶은 거리라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렇게 못 느끼겠어요."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생활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간이 침대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조형물은 흉측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조애라/대학생}
"그냥 지나가는 거리지, 일부러 걷고 싶어서 찾아오는 거리는 아니예요. 그런 생각 해 본 적도 없어요."

서울시는 지난 98년부터 월드컵에 대비해 20곳이 넘는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200억이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그리고는 해당 구청으로 관리를 넘겼습니다.

{서울시 직원}
"공문으로 지시도 해서, 구에서 말로는 한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선 구청도 할말은 있습니다.

{관악구청 지역경제과}
"설치된 시설물 관리는 공원녹지과에서 해줘야죠."

{기자}
"청소는요?"

{구청 관계자}
"청소는 동에서 하고, 그리고 자기 건물 앞 청소는 물론 업소에서 해야죠."

서울시와 해당 구청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 회색빛 도시에서 여유를 찾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작은 바램은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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