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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공무원 선행…"마음까지 씻겨드려요"

<8뉴스>

<앵커>

4년동안 매일같이 거동이 힘든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찾아 다니며 목욕하는 것을 도와온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느냐며 웃는 이 사람을 김용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구청 기능직 공무원인 김후봉씨, 그러나 사무실 책상은 자주 비어 있습니다. 김씨가 주로 일하는 곳은 목욕탕입니다. 거동이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목욕시키는 일, 벌써 4년째 계속된 김후봉씨의 주업무입니다.

뇌성마비인 김대영씨도 3년째 김씨가 씻겨주는 단골 손님입니다. 구석구석 때를 미는 손엔 정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김대영/서울 신당동}
"힘드시죠, 그런데 저희들한테는 힘들다는 소리 안하시죠. 고마운 마음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김씨는 원래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다 지난 98년부터 아예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김후봉/서울 중구청 지역보건과}
"저희 아버님도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5년간 누워계셨어요. (그때는) 목욕 한 번도 못시켜드렸죠. 냄새난다고 방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한때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기피해 다섯달만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복지관 까지 나오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불편한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에겐 이동식 목욕기구를 들고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군에서 배운 이발 기술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김후봉}
"환자분들을 이렇게 목욕시켜 보니까 머린 긴 사람이 많더라구요. 머리 깎아달래도 잘 안오고..."

4년동안 매일 서너명씩, 수천명을 목욕을 시켜 온 그의 손은 허물이 벗겨지고 굳은 살이 박혔습니다. 김후봉씨는 그래도 힘이 닿는데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담담히 말합니다.

{김후봉}
"계속 드러누워 계신 분도 있는데, 사실 이렇게 해보니까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 사람들 해 줄 사람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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