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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경부선 사고서 뒤바뀐 운명

<8뉴스>

<앵커>

지난 10일 귀성길에서 일어난 고속버스와 트레일러 충돌 사고 때 기적처럼 별 부상을 입지 않은 어린 남매가 있었습니다. 자리를 양보한 것이 운명을 바꿨다고 합니다.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

무려 15명이 숨지고 18명이 크게 다친 귀성길 고속도로의 대형 참사. 숨진 승객들은 고향에서 설을 쇠러가던 귀성객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15살 이소라양과 동생 11살 희원군도 사고버스에 타고 있었지만 거의 유일하게 다친 곳 없이 화를 면했습니다.

성남시에 사는 이들 남매는 당시 설을 쇠러 미리 경주 할머니댁에 가 있던 아버지와 만나기 위해 보호자도 없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예약한 버스 앞자리에 중년의 어른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주저없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멀미가 심해 앞자리에 앉고 싶다는 50대 아주머니의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이소란(15)/분당 서현중 2년}
"아줌마가 뒤에 앉기 싫어하시더라구요. 멀미하는 사람은 뒤에 앉으면 더 심하잖아요. 그냥 뒤에 앉자고. 그냥 별 마음없이 양보한다 치고 뒤에 앉았어요."

자리를 양보한 남매는 비어있는 버스 맨 뒷자리로 옮겨 앉았고 천안 부근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트레일러와 충돌한 버스는 앞 부분과 좌측이 형체도 없이 부서졌습니다.

남매가 양보한 자리에 앉았던 어른 두 사람은 사고로 모두 숨져 결국 자리 양보가 운명을 뒤바꾼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정신적 쇼크 외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소란 양 남매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다치거나 숨진 승객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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