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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골목대장"

<8뉴스>

<앵커>

하루도 빠짐없이 동네 골목길을 청소하시는 할아버지들이 계십니다. 1년 가까이 계속된 봉사덕에 이 동네는 몰라보게 깨끗해졌습니다.

테마기획, 한승희 기자입니다.

<기자>

오후 2시 녹색조끼에 파란모자를 맞춰 쓴 할아버지들이 모입니다. 청소 담당구역이 정해지고,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양손에 쥔 노인봉사대가 출동합니다.

담배꽁초와 과자 봉지는 물론이고 먼지까지 쓸어담습니다. 우편함과 대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 스티커와 벽보도 힘껏 긁어냅니다.

눈에 거슬렸던 현수막도 구청에서 빌려온 도구로 시원스레 떼어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잘못 버린 주민에게는 잔소리도 잊지 않습니다.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 내놔야지!"

이 잔소리 덕에 골목길에 진동하던 쓰레기 냄새는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입니다.

{양용목(77)/노인봉사대}
"노인정에 있으면서 화투나 술 한 잔 먹고 그랬는데, 봉사하지 나와서 걸으니까 더 좋은거야. 보약먹는 것이 이유가 아니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주민들도 이제는 먼저 나서서 주변을 치우고 있습니다.

{강미란}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야 될 일인데, 할아버님들께 좀 부끄럽기도 하구요."

할아버지들은 이 일에 ´BC운동´ 이란 이름도 붙였습니다.

{정형주(74)/노인봉사대}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 B.C, 뷰티풀, 크린 좋지않겠냐."

B.C운동은 할아버지들의 깊은 ´후회´ 에서 시작됐습니다.

{정형주(74)/노인봉사대}
"환경을 망쳐도 우리가 아무도 관심을 못가졌고, 이웃간의 관계가 악화돼도 돈만 벌기위해 달려오다 보니, 참, 후회하고 있어요."

남은 생애 동안이라도 이 사회의 상처를 씻어 보겠다고 나선 할아버지들.

주름진 얼굴이 청년들 만큼이나 환하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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