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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자 의료 푸대접

◎앵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 진료비와 약값을 정부가 대신 내주는 의료보호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의료보호 대상자들은 병원이나 약국에서 푸대접받고 봉변당하기 일쑤입니다. 실태와 그 원인을 윤영현, 정하석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절염에 중풍까지 겹치면서 하루하루를 약에 의지해 살고 있는 71살 김복란 할머니. 그렇지만 5일째 약 한 알 먹지 못하면서 말도 잇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습니다. 약값을 국가가 사후 정산해 주는 의료보호자라는 이유로 약국들이 조제해 주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김복란(경기도 군포시): 저기 갔다가 없다고 하고, 저기 가도 없어. 여기도 없어...>

81살 박남복 할머니는 처방전의 유효기간인 일주일이 넘도록 약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김복란(경기도 군포시): 전화할 때는 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서 의료보호증 내고 처방전 내면 약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결국 아픈 몸을 이끌고 재처방전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박남복(경기도 군포시) :눈도 이렇게 붓고 사람들이 잘 보이지도 않아요, 침침한게...>

설움 속에 다시 받은 처방전. 이번에는 약이 있는지 시내 대형약국에 미리 확인을 했습니다.

<김진나(사랑의 손길 사회복지사): 약 있습니까? 타러 가려고요.>

<있어요, 오세요.>

<기자: 똑같은 처방전을 받은 일반 환자들은?>

<네, 약 사셨어요.>

그러나 막상 처방전을 내밀자 약국마다 말 바꾸기에 급급합니다.

<00약국: 이 두 약은 아예 없는데요.>

<약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약이 있다가 떨어지면 없다고 그러거든요. 전화한 지 5분밖에 안 됐어요.>

<00약국: 있다고 그런 적 없죠. 그냥 나와 보라고 했지, 누가 약이 있다고 그랬어요, 누가?>

처방전만 봐도 약값이 면제되는 의료보호자임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발뺌하는 것입니다.

<00약국 대표: 솔직히 기피하죠. 무조건 약을지어드릴 수는 없어요. 자산가도 아니고 시에 약값 환급받는데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보장이 안 돼요>

힘없이 약국문을 나서는 박 할머니.

<죽는 게 낫겠어요. 사는 것 귀찮아요.>

150만 의료보호자의 서러운 약타기 현실입니다.

SBS 윤영현입니다.



<기자: 5월 진료비가 이제 나가는 거죠?>

이렇게 의료보호 환자들이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병원과 약국들이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제때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료비는 짧게는 넉 달, 길게는 무려 8달 이상 체불되기도 합니다.



예산이 모자라는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는 진료비 지급체계도 체불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현행 의료보호법상 환자에 대한 진료비 지급은 시군구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지만 돈은 지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진료비가 진료기관에 지급되기까지는 청구과정에서 기초, 광역, 중앙, 지급과정에서 다시 중앙, 광역, 기초의 역순을 거쳐야 합니다. 진료비 심사에 소요되는 한 달여의 시간을 빼고도 진료비 청구와 지급에만 통상 3개월이 걸립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의료보호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간소화 한 의료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진행근(보건복지부 보험관리과장): 진료비 지급절차가 개선이 된다면 중앙정부 예산이 확정된 시점으로부터 적어도 2개월 내지 3개월 정도는 진료비 지급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의료보호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준비작업 때문에 진료비 지급체계의 중앙 일원화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게 정부당국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의료보호 환자들에 대한 푸대접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SBS 정하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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