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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줌마 만세

◎앵커: 테마기획입니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들 뿐 아니라 우리 심판들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이 가운데 이미옥 하키 국제심판은 유일한 주부로서 벌써 3차례나 올림픽에 참가하는 관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성철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시드니 남부 봉부시의 올림픽 하키 경기장.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뙤약볕 아래에서 선수들 만큼 쉴틈없이 뛰는 여성이 있습니다. 격렬한 몸짓 사이로 눈에 띄는 심판복 위의 세 글자 LEE. 바로 한국이 낳은 여자 하키 국제심판 이미옥 씨입니다.

<이미옥(38세, 하키 국제심판):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이렇게 처음으로 또 올림픽에 다시 나오게 돼서 굉장히 기쁘고요.>

올림픽 하키 여자 국제심판 14명 가운데 유일한 가정주부인 38살의 이미옥 씨는 고등학교 체육교사와 중학교 하키 감독까지 맡고 있는 전문 하키인. 7살난 딸과 11개월 된 아기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 맏며느리이기도 한 그녀는 대학원 공부까지 하고 있는 1인 다역의 억척파입니다.

그런 그에게 경기 배정이 없는 오늘은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함께 데리고 온 딸 지선이에게 하키 구경을 시켜주는 일입니다.

<김지선(7세, 이미옥 딸): 하늘 땅 만큼 자랑스러워요.>

관중석에 앉아 어린 딸과 점심도 같이 먹고, 한국 선수들 응원도 하는 것이 엄마도, 딸도 그렇게 즐거울 수 없습니다. 이 씨에게 하키는 가정 만큼이나, 가정은 하키 만큼이나 소중합니다.

심판복을 벗고 숙소로 돌아오면 한 달 전 에베레스트 등반길에 오른 산악인 남편과 천안의 친구집에 맡겨두고 온 젖먹이 아들 용준이의 얼굴이 떠올라 잠을 설치곤 합니다.

<이미옥(38세, 하키 국제심판): 보고 싶죠. 어제 전화했는데 걷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기뻤구요. 빨리 돌아가서 만나 보고 싶어요.>

초대 국가대표 주장까지 맡았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뒤 올림픽 심판을 세 차례나 지낼 만큼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미옥, 그녀는 뛰어난 심판이기에 앞서 삶에 대한 열정과 소박함을 간직한 우리 이웃의 아줌마였습니다.

시드니에서 SBS 이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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