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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농심

◎앵커: 애써 농사지은 곡식을 남이 와서 굴삭기로 갈아 엎는 다면 그 농민의 심정, 어떻겠습니까? 정부 산하 기관인 주택공사가 바로 이런 짓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김희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 들녘입니다. 비가 오면 물에 잠기지 않을까, 바람이 불면 쓰러지지 않을까 한 해 내내 애지중지 가꿔온 논 900평이 완전 히 파헤쳐졌습니다.

결실을 한 달 남짓 앞두고 한창 누렇게 익어가던 벼이삭은 흙더미에 완전 히 파묻혀 한 톨도 못 쓰게 됐습니다. 벼농사를 지은 농민은 올 가을 추수를 앞두고 농협과 수 매 계약까지 맺었지만 이젠 지킬 수가 없게 됐 습니다.

<정순강(농민): 조금 있으면 먹게 되니까 좀 먹 게 좀 참아달라 며칠만 공사를 늦춰 달라고 이 렇게 애원하고 간청한 것 밖에 없어요.> 논을 이렇게 망쳐버린 쪽은 주택공사 동두천 택지사업소. 주택공사는 택지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초 이 일대 땅 21만평을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올 봄 모내기가 시작될 때까지 착공 이 야기가 없어 농민들이 벼를 심었더니 추수를 불과 한 달 남짓 앞두고 공사가 지연됐다면서 굴삭기를 동원해 논을 갈아엎은 것입니다.

<주택공사 감독: 당초 연내 착공 목표였기 때 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고, 여기다 도로를 닦아야만 공사를 시작할 수 있어서...> 농작물의 경우는 수확이 끝날 때까지 농사를 지은 사람의 소유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말 썽이 나자 주택공사는 뒤늦게 배상에 나섰지만 가을걷이를 눈앞에 두고 벼를 잃은 농심은 분 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홍순양(피해농민): 말도 없이 자기들이 와서 마음대로 무단히 이렇게 짓밟는다는 건, 이건 말하자면 농심을 짓밟는 거죠.> SBS 김희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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