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장수' 주미대사의 조언 "北 비핵화에 소극적 인상 줘선 안 돼"
...하는 협력은 그 협력대로 가야 한다' 이겁니다. 두 사안을 같이 추진해야지, 어느 하나만 해선 안 됩니다. 그런 종합적 시각을 갖고 일반 원칙에 기초해서 대응해 나간다면, 이 문제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 '캠벨, 설리번, 블링컨, 셔먼 모두 '동맹파'…동맹 신뢰 저해하는 불필요한 말 삼가야' Q. 주미대사 시절에 다양한 분들을 폭넓게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인선을 보면 반가운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커트 캠벨이나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등과 깊은 연이 있으신가요? 그분들 인선에 대한 평가와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제언도 궁급합니다. A. 제가 오바마 대통령 임기 4년을 워싱턴에 있는 동안에는, 커트 캠벨,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은 현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직만큼 활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시아그룹이라는 컨설팅펌에 참여하면서, 다 오바마 팀으로 친했으니까요. 그분들 모두 자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배우자 분들도 자주 만났습니다. 커트 캠벨 베우자는 제가 처음 봤을 때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으로 G-20 셰르파를 할 때입니다. 그래서 그 부인을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에서부터 만났습니다. 제가 워싱턴 갔을 때 그분은 연방준비은행 이사가 됐죠. 토니 블링컨 부인은 국무부 차관보를 한 분입니다. 미국의 ECL 부서는 우리한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하는 부서, 그 담당 차관보였습니다. 그분도 제가 잘 알았습니다. 웬디 셔먼의 남편은 저명한 언론인입니다. 저는 당시 웬디 셔먼보다 그 남편을 먼저 만났어요. 제가 워싱턴에 부임했을 때 언론인은 관두고, 다른 회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어요. 제이크 설리번은 당시 미혼이었고요. 물론 4명 본인들과 일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4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이미 검증되고 또 검증된 전문가 분들이라는 겁니다. 둘째, 동맹을 대단히 중시하는 분들이라는 거고요. 셋째, 아시아에 대해 대단한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커트 캠벨은 아시아담당차관보했던 분이거든요. 누구보다도 아시아를 잘 아는 분이죠. 그분은 국무부에서 물러나서 컨설팅 펌을 운영했는데 그 펌 이름이 아시아그룹이에요. 웬디 셔먼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때 북한담당조정관을 했고 한국에도 자주 왔습니다. 그래서 그분도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를 대단히 잘 아는 사람이고요. 토니 블링컨은 당시 부장관이었습니다. 20 15년 2월에, 그도 부장관이 되자마자 처음 온 게 한국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토니 블링컨 부장관을 만나서 '한국에 제일 먼저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솔직히 왜 한국에 먼저 갔느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블링컨 부장관이 '그건 굉장히 쉬운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내 '올드 보스'(오바마 대통령 1;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국무부에 가면 아시아를 굉장히 잘 챙겨야 한다고. 그리고 내가 국무부에 왔더니, 내 '뉴 보스'(존 케리 장관 1;가 아시아를 잘 챙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아시아를 가야지, 그리고 아시아에서 한국부터 가야지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부장관은 한국에 굉장히 자주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바쁜 자리인데도 한국에 자주 왔어요. 그 정도로 그 분야에 있어서 1인자로 알려진 분들이고 동맹을 대단히 중시한 분들입니다. 아시아 잘 아는 분들이고. 이런 분들한테는 정공법으로 나가야죠. '아 이걸 적당히 하면 넘어가려나' 이런 게 통할 수가 없겠죠. 솔직하게, 그리고 신뢰에 기초해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해야죠. 우리가 동맹의 신뢰를 활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신뢰를 보여줘야겠죠. Q. 그에 상응하는 신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요? A. 첫째,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저는 해보지 않았지 않았지만, 의사가 처음에 환자를 볼 때, 뭘 개선할까 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어떤 걸 잘못해서 상황을 나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Do no harm', 바로 신뢰를 증진하는 방법은 이 '두 노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얘기 들어보면 동맹의 신뢰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근데 현실성 없는 얘기냐, 제가 볼 때는 아닙니다. 그런 얘길 왜 해서 동맹 신뢰를 저해하느냐는 겁니다. 왜 신뢰가 중요하냐, 동맹이라는 게 뭐냐. 저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내 일처럼 가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건 희생으로 하는 데 신뢰를 하지 못한다면 누가 내 일처럼 가서 희생합니까? 일각에서는 '적당히 하자'는 얘기도 합니다. 미국을 향해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린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도 크고, 일본과 호주에 비해서 굉장히 상황이 안 좋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1; 일본, 호주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요. 그럼 제가 뭐라 하느냐. '그렇게 얘기하는 것과 동맹으로서 다 할 준비가 돼있다고 얘기하는 것 중에 어떤 게 신뢰에 더 도움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두 노 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든 걸 동맹에 기초해서 한다는 것은 각각 개별 사안을 미국을 설득해 피해나가는 것보다 좋은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인프라 은행 건도 얼마든지, '전략적 명백성'을 기초로 해서도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린 다르게 취급해줘'라고 미국에 그러는 건, 제가 볼 때 동맹의 기본 속성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북 비핵화 해법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 답변한 매케인…지금도 통용되는 '정답'' Q.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결실을 매듭짓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잘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게 정의용 후보자의 첫 일성이었습니다. 사실상 북미 대화 추동을 본인의 사명으로 여기고 장관직에 임하시는 것 같은데요.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동맹국인 한국 등과 함께 협의를 해 나갈 텐데 전면적으로 대북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인상입니다. 한국 정부가 동맹에, 말하자면 기분 나쁘지 않게 어떻게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A.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아까 질문하면서 비핵화하고 동맹을 말씀했잖아요. 제가 일화를 하나 소개할게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제가 미 상원의원들을 많이 만났지만, 동맹에 관한 한 매케인 의원처럼 동맹의 중요성 잘 인식하는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분과 워싱턴에서 자주 만났는데,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굉장히 섭섭했어요. 지난 20 16년 가을, 제 생각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매케인 의원이 그 해 9월에 헤리티지파운데이션에서 동아시아의 동맹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지를 주제로 한 연설을 하게 됐습니다. 근데 거기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지금 북한이 계속 핵 미사일 실험을 하는데, 관계 개선을 이루지 못하지 않겠느냐. 뭘 더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매케인 의원이 어떻게 답할지를 궁금해했는데요. 당시 매케인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답변을 듣고 '가만있어보자. 저건 꼭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아닌 것 같고, 피해 가는 답변 같은데. 왜 안보에 대해 '9단'인 양반이 왜 저렇게 답을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서 그 답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북핵은 굉장히 중요한 도전이죠. NPT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 미국의 실질적인 안보에 대한 도전이고, 미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도전입니다. 그 도전을 제대로 방어하고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맹이 중요한데, 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동맹이 적이 돼선 안 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당시에 답변을...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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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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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