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러분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나요?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 버려지는 시간을 다른 영역에 쓰게 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보고서를 통해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시간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Time savings When Working From Home&> 보고서에는 재택근무로 노동자들이 아낀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아낀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데이터가 들어 있어요. 주요 27개국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 절약되는 시간은 72분입니다. 재택근무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재택근무를 통해 주당 약 2시간이 절약되었죠. 그렇다면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썼냐 하면 40%는 다시 업무에, 11%는 육아나 부양 등 돌봄 활동에 썼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각 국가별로 줄어든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을겁니다. 초록색은 일에 사용한 시간, 빨간색은 여가에 사용한 시간, 노란색은 육아 등 돌봄 활동에 쓴 시간을 나타냅니다. 재택근무로 생긴 여유 시간을 다시 일하는 데 쓴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아시아권 국가들입니다. 절약한 시간의 절반 이상을 다시 일에 쓴 국가들을 보면 말레이시아( 53%), 싱가포르( 53%), 대만( 53%) 이렇게 세 나라거든요. 50%를 넘지 않더라도 상위권 국가들을 보면 인도, 중국 등 대부분이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싱가포르는 조사된 27개 나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재투자했는데, 절약한 94분의 통근 시간 중에 49.8분을 다시 일하는 데 사용했어요. 유럽 국가들은 절약한 출퇴근 시간을 일 대신 레저, 여가활동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독일은 절약한 시간의 46%를 여가활동에 투자해 조사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여가활동에 썼어요. 뒤이어 오는 국가들도 다 유럽국가들입니다. 오스트리아(45%), 스페인(41%), 스웨덴(40%) 등… 일본은 조사된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업무(32%)보다 레저(39%)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국가로 나왔어요. 우리나라가 재택으로 절약하는 출퇴근 시간은 86분,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에 재투자했습니다. 레저에 쓰는 비율이 39%로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높았지만 업무에 재투자하는 비율은 그보다 큰 40%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치 중에서 눈길이 가는 건 보육 및 부양에 투자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함께 보육 및 육아에 쓰는 시간이 6%로 최하위를 기록했거든요. 출산율 최하위를 달리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상황이 요 데이터에서도 보이는 거죠. 재택근무의 뜻밖의 소득 '출산' 경기가 침체되거나 전염병과 같은 공중 보건의 위기가 닥치면 보통 합계출산율은 감소해 왔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자손 번식의 욕구는 우선순위가 아니게 되니까요. 코로나19는 경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상당한 베이비 버스트, 그러니까 출산율 급락 사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어요. 실제 코로나19 초기에는 급격한 감소세가 보였죠.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지금, 이제 와서 데이터를 다시 보니? 미국의 경우 출산율이 올랐다는 사실! NBER에서 2021년 미국 출산율을 살펴보니 코로나19 이전보다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미국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미니 베이비붐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이 수치는 2007년 이후 처음 나타난 출산율 반등입니다.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위의 그래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합계출산율을 나타낸 겁니다. 초록색 선은 미국 전체의 합계출산율을 나타낸 거고, 점선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합계출산율이죠. 보면 알겠지만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한 모습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2021년부터는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은 경기 침체 상황에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던 만큼 미국의 미니 베이비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과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거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빠르게 가정을 이루려는 미국 내 경향과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으면서 출산율이 늘어났다는 거죠. 미국에서 대규모 실업수당을 지원해 준 것도 출산율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재택근무가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논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인구정보가정조사(DIFS)에서도 미국 여성 3,000명을 설문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역시 재택근무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고령 여성의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죠. 출퇴근에 소요된 시간을 자녀가 있는 재택근무자들은 육아와 보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그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즉 재택근무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의 경우 그 혜택을 크게 봤어요. 사회적 격차를 낳는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재택을 할 수 없다는 거겠죠. 판데믹 상황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그룹 중 하나는 아마 자녀가 있지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여성 노동자일 겁니다. 또 애초에 원격 업무가 불가능한 간호사나 건설직 노동자 등에겐 재택근무는 별나라 이야기에 가깝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다양한 요소가 있을 겁니다. 인터넷 접근성, PC 소유 여부와 같은 기술적 요소도 있을 테고요. 또 재택근무가 가능한 주거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혹은 사회적 네트워크망이 잘 갖춰져서 재택근무에 적합한 환경인지도 중요할 겁니다. 아니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직군별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상황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소득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없고가 나뉜다면 어떨 것 같나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전 세계 데이터를 가지고 소득구분에 따라 재택근무 가능성을 분석해 봤어요. 분석 결과 저소득층은 12%, 중소득층은 16% 고소득층은 27%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노동력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득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가 많다는 거죠. 국가단위로 비교해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비교했을 때 개발도상국은 전체 노동력의 15% 정도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선진국은 27%로 거의 2배 가까이 높아요. 사실 선진국에 사는 근로자가 더 재택근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당연할 수 있죠. 개발도상국은 건설, 노동과 같은 재택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산업이 주를 이루지만, 선진국은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의 비율이 높을 테니까 말입니다.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워라밸을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줄어든 출퇴근 시간은 여가 활동이나 보육, 돌봄 시간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죠. 게다가 미국에서는 그 시간이 출산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재택을 통한 삶의 질 회복뿐 아니라 교통비 절감, 식비와 의복비 절감 효과도 저소득 근로자를 비롯한 재택이 불가능한 노동자들은 받을 수 없어요. 소득 격차에 이어서 삶의 질 격차, 그리고 출산 격차까지… 이런 탓에 재택근무가 더 큰 불평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출산 격차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출산을 꺼려한다”는 통념은 바뀐 지 오래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신혼부부 1,779명을 분석해 봤더니 고소득 고학력 여성일수록 아이를 낳을 확률이 더 높았거든요. 물론 저 이야기가 통했던 시대가 있었어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교육 수준과 무자녀 비율은 정비례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을 여성일수록 무자녀 비율이 높았죠. 하지만 1980년 말부터 관계가 평평해지더니 2000년대 이후엔 반비례로 뒤바뀌었습니다. 관련 연구자가 이런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세상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요.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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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6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