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다이어리] 정치랑 내 삶이 관계없다고 생각하시는 분?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 다이어리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면서 2주 만에 인사드리네요. 투표는 잘하셨나요? 사실 지방선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가뜩이나 투표 용지도 많은데 후보 수는 왜 이리 많은지, 인물부터 공약까지 꼼꼼히 따진 뒤 투표하기가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혹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가 우리 삶과 더 밀접할 수 있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물도 모르겠고 화제성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번에 뽑힌 의원들이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의 이슈를 가장 가까이서 살피게 될 사람들이더라고요. 오늘은 정치가 왜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SBS 미래팀은 '더가능연구소 서복경 대표'를 만났습니다. 지난 2020년 처음 만들어진 더가능 연구소는 정부(행정안전부)의 공식 지원을 받아 전국의 주민 자치 관련 단체와 함께 포럼을 운영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민주주의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 온 만큼 더가능연구소 서복경 대표를 통해 '정치와 개인이 가까워지는 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더가능연구소 서복경 대표입니다. 저는 2003년 '한국 정당체제의 기원과 변화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으로 근무했으며, 2008년 이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더가능연구소는 2020년 10월 '민주주의', '로컬'과 '청년'을 핵심 주제 분야로 정한 뒤 평소 고민을 함께 해왔던 몇몇 연구자들과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마을, 주민자치, 로컬경제, 지방정부 청년정책 등 풀뿌리 현장에 대한 기록과 연구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돼 만든 연구소입니다. Q. 이번 지방선거는 어떻게 보셨어요? 기후재난, 감염병 재난, 불평등 심화,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로 인한 문제 등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정책이 시민의 삶에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지방정부를 선택하는 선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하는데, 지난 선거에 비해 10%가량 투표율이 낮아져서 여러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대통령선거 직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상황 요인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민자치, 지방정치를 고민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참 오랜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롭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삶과 괴리된 정치' 유권자는, 사람들은 왜 정치가 우리 삶과 관련성이 적다고 느낄까요? 정치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다양한 의제를 결정하는 절차이자 과정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국가 단위로도 존재하고 광역지방 단위, 기초지방 단위로도, 혹은 동네 단위로도 존재합니다. 단위마다 지금 이 시간 해결해가야 하는 핵심문제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각 단위 정부와 의회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도 다릅니다. 그렇기에 단위마다 의제를 제안하고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마다, 시군구마다 다른 의제를 발굴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 모여서 광역 의제가 되고 중앙의제가 될 때, 시민들은 정치가 내 삶의 문제를 다루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네나 시군구 단위의 정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갑자기 중앙정부나 국회에서 거대한 의제를 들고 나오면, 시민들은 멀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의 민주정치에서 정치과정을 작동시키는 핵심 주체로서 정당의 기능이 주요한데, 현재 정당 시스템은 지방 단위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Q. 실제 우리 삶과 밀접한 이슈가 중앙 정치에 반영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군요. 주민의 생활권에 보다 밀착된 작은 정당을 어떤 분은 지역정당이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지방정당이라고 합니다. 저는 훨씬 더 작은 범위에서도 정당정치는 가능하다는 상상을 해보기 위해 '동네당'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동네당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유권자들이 동네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파악해서 이슈를 발굴한다는 점이에요. 국가에서는 어느 동네에 무엇이 문제인지 세세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죠. 두 번째는 차기 정치인들의 공급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중앙정치를 담당하는 많은 정치인들은 곧바로 중앙당 당직, 국회의원, 장관 등으로 정치를 시작합니다. 이른바 '발탁 인사'로 정치에 입문하는 정치인들은 동네나 시군구 단위 생활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모릅니다. 예컨대 어떤 법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권역이나 광역, 기초, 동네 단위에 미칠 수 있는 차별성 영향에 대한 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반면 동네, 지역 생활권에서 다양한 실천을 통해 정치를 경험하고 중앙정치에 이른 사람들은 시민의 삶의 공간인 골목, 동네, 시청, 군청, 구청의 일과 감각을 가지고 국가적 의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동네당, 동네 정치의 활성화는 결국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 정치의 문제와 연결되는 겁니다. Q.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황당무계한 발언 등이 콘텐츠로 만들어지기도 하잖아요. 정치인을 희화화해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고, 정말 정치인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매체 환경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있지만,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정치인들이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일상의 언어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특정 의제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 왔고 현재 쟁점은 무엇인가, 중앙 정치에서 보기에 똑같은 기후재난이라도 인천, 광주, 철원에서 각각 어떻게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가 등은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습득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책임의 범위가 가장 넓고 큰 직업이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입니다. 모든 시민의 삶, 생계, 생명, 생활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활 단위에서부터 거르고 걸러서 훈련된 인물이 중앙 정치에 올라와야 합니다. 이런 것을 '정치적 사다리 구조'라고 하는데, 이 사다리가 잘 작동돼야 민주주의 안정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다리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정치인으로 훈련되지 않은 정치인들이 국가적 의제를 다루다 보니 시민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Q. 정치적 사다리 구조는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요? 민주화 이후에 정당제도 디자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이후 개혁도 지체됐습니다. 현행 정당법은 창당준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선관위에 신고를 하게 되어 있고, 5개 시도당 1천 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만 정당 결성을 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정당,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가 있는 정당은 활동 공개나 회계 보고 등의 규제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성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규제를 받으면 시민들이 정당 결성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동시대 삶과 직결된 이슈를 발굴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정당 결성이 제한되다 보니 사람들은 정당을 통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시민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죠. 시민운동으로 할 영역이 있고 정당 활동을 통해야 할 영역도 있습니다. 동네당이 로컬의 시민참여 에너지를 1차적으로 모으는 그릇이 되고 여기에서 모인 이슈와 사람들이 점점 더 큰 단위의 정치로 범위를 넓혀갈 수 있어야, 다양한 정치적 사다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뿐 아니라 민주주의 위기라는 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민주주의 위기'는 지금 전 세계가 고민하는 이슈가 맞습니다. 글로벌 민주주의 지표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지표가 꾸준히 하락했고, 권위주의 국가의 수도 늘고 있어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특징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Q. 2008년 이후 민주주의 지표가 전 세계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해왔던 미국이나 프랑스 등도 민주주의 지표가 나빠졌어요. 첫 번째로 꼽히는 원인은 '불평등 심화'입니다.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는 정치공동체의 중대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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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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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
사회